외국인 타자가 뒤에 버티고 있는데 앞선 타자를 고의 4구로 1루로 보낸다?
대단히 굴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의 굴욕을 떠나 팀 분위기가 흔들릴 수 있다.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외국인 타자가 확실한 약점을 잡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팀 전력은 물론 사기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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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새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호잉이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팀 타선에 짐이 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2-2 동점이던 6회말 1사 2,3루. 삼성은 유강남을 고의 4구로 내보냈다. 다음 타자는 외국인 타자 보어였다.
보어의 타격을 그만큼 만만하게 봤다는 뜻이다.
삼성의 선택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우익수 플라이로 보어를 막았지만 3루 주자의 홈인은 막지 못했다. 보어로서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었다.
그러나 큰 관점에서 봤을 대 보어 앞에서의 고의 4구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보어의 약점에 대해 상대팀이 확신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꼭 막아야 하는 선수 한 명의 약점은 모든 구단이 치밀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발견된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게 돼 있다. 한 번 찍히면 살아남기 어려운 이유다.
보어 앞에서 고의 4구를 내보냈다는 건 그만큼 보어의 약점에 대해 삼성이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이 알고 있다면 다른 팀들도 모두 공유가 됐을 것이다.
앞으로의 보어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어에 가려져서 그렇지 같은 날 비슷한 수모를 겪은 외국인 타자가 또 있엇다. 호잉이 그 주인공이었다.
호잉은 이날 수원 KT위즈 파크에서 열린 SSG전서 2회 2사3루서 앞선 타자 강백호에게 사실상 고의 4구를 내준 뒤 자신과 승부를 걸어오는 수모를 겪었다.
호잉은 힘차게 스윙을 돌려 봤지만 3루 땅볼로 막히며 물러났다.
그나마 호잉은 이날 1안타를 치며 타율 0.163을 유지했다.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어에 비해선 조금 낫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호잉도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상대 팀들은 이미 호잉에 대한 약점 분석이 끝난 상황이다. 어려운 코스로만 게속 공격이 들어온다. 호잉이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이유다.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인 만큼 여유를 가질 수는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시간을 더 주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호잉의 부진이 길어지면 KT도 고민이 커질 수 박에 없다. 타선의 중심에 큰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트시즌을 치러야 하는 팀 사정상 타선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선수가 걸린다는 건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강백호에 대한 집중 견제가 분산되지 않고 몰리는 점도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보어에 가려져서 그렇지 호잉의 부진도 심각하다. 25일 현재 타율 0.163 1홈런 8타점을 올리는데 그치고 있다.
장타율이 타율이어도 낮을 0.245에 불과하고 출루율도 0.276에 불과하다. 당연히 OPS가 0.521에 머물
팀이 이기고 있어 크게 도드라지지 않을 뿐, KT의 외국인 타자 고민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호잉 앞에 맘껏 주자를 쌓아 놓는 야구를 상대가 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이날은 보어만 수모를 겪은 것이 아니라 호잉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날이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