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23·LG트윈스)이 늦여름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올 여름 고개 숙인 고우석은 자주 접할 수 있는 장면이다. 소속팀 LG의 윈나우 스텝도 꼬여만 가고 있다.
LG는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를 3-3 무승부로 마쳤다.
통한의 무승부다. 8회까지 3-2로 앞서 있던 LG였다. 이날 경기를 이겼다면 2연패에서 탈출하고, 삼성과 자리를 바꿔 단독 2위로 다시 올라갈 수 있었다. 이날 SSG랜더스를 이긴 선두 kt위즈와도 3경기 차를 유지하며 선두권 경쟁을 펼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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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1 프로야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동점을 허용한 LG 고우석이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
그러나 이원석에게 던진 157km짜리 직구에 좌전안타를 맞고 말았다. 공이 너무 정직했다. 순식간에 경기 흐름이 요동쳤다. 삼성은 이원석을 빼고 대주자 김성윤을 기용했다. 타석에는 박승규. 주자가 나가니 고우석의 제구는 흔들렸다. 연거푸 볼 2개 뒤에 스트라이크로 카운트를 잡았지만, 4구째 좌전안타를 또 허용했다. 박승규의 타격과 동시에 스타트를 끊은 1루주자 김성윤은 3루로 들어갔다.
결국 고우석은 1사 1, 3루에서 후속타자 김지찬과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2루땅볼을 유도, 아웃카운트와 실점을 맞바꿨다. 3-3 동점. 계속된 2사 2루에서는 대타 강한울과 7구까지 가는 승부 끝 2루 땅볼로 겨우 이닝을 마무리했다.
LG는 9회말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1사 만루 찬스를 잡고도 득점하지 못하며 결국 무승부로 경기를 끝마쳤다.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고우석과 대비되는 삼성의 무실점이었다.
이날 경기로 고우석은 큰 경기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굳어지게 됐다. 불과 1주일 전인 지난 17일 수원 kt전에서도 고우석은 5-3으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가 1피안타 2볼넷 2실점으5-5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LG는 kt와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당시 2위로 선두 kt와 0.5경기 차였기에 승리를 거뒀다면 LG가 단독 1위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선두권 경쟁을 펼치는 팀들과의 대결에서 두 차례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고우석이다. 올 시즌 4번째 블론세이브로 서진용(SSG랜더스) 김원중(롯데 자이언츠·이상 5개)에 이어 마무리 투수 중에는 많은 블론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유독 중요한 경기, 큰 경기에서 무너지는 장면이 많은 고우석이다. 아웃카운트를 잘 잡다가도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며 위기를 스스로 자초하는 경향이 강하다. 삼성 상대로는 벌써 올 시즌 두 번째다. 삼성과의 3연전 스윕을 앞뒀던 지난 5월 17일 1-0으로 앞선 9회초 1사를 잘잡고 이후 제구 불안으로 볼을 연거푸 터지며 주자를 내보내다가 3실점하며 역전패의 원흉이 됐던 고우석이다.
지난해에도 큰 경기에서 약한 면모를 극복하지 못했다. 팀의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10월 이후 12경기에서 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4.30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키움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볼넷 3개를 내주며 좋은 투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올해도 흐름이 비슷하다. 전반기 내내 빼어난 구위를 과시하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막상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경기 4⅓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특히 일본과 준결승전에서는 주자를 쌓아놓고 야마다 데쓰토(야쿠르트)와도 어렵게 승부하다가 결정타를 얻어맞았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을 제외하면 최고의 마무리 투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마무리 투수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직구, 슬라이더 위주의 단조로운 승부는 이미 상대 타자들이 간파하고 있다. 150km 후반대의 묵직한 직구를 앞세워 힘으로 승부를 하지만, 공이 한복판에 몰리면 여지 없이 맞는다. 커브 등 제3의 구종 제구가 완벽치 않아 볼을 연거푸 던지다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다가 얻어맞는 장면 말이다.
정
[잠실(서울)=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