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기부를 하고 사라진다.' 골프의 진리로 통하는 명언. '원더 보이' 조던 스피스(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마음 속에 이 명언을 깊게 새기게 됐다.
24일(한국시간) 악천후로 인해 하루 연기돼 치러진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차전 더 노던트러스트 최종일 4라운드. 메이저대회에서 세 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28살의 스피스는 최악의 하루를 겪어야 했다. 톱골퍼에게서 거의 보기 힘든 '연속 트리플보기'를 적어낸 것. 스피스는 이날만 무려 8타를 잃고 합계 1오버파 285타 73위로 대회를 마무리 했다.
8번홀까지 보기 3개와 버디 1개로 2타를 잃은 스피스는 9번홀 티박스에 들어섰다. 5번째로 어렵게 경기된 490야드 파4홀. 스피스가 힘차게 친 드라이버샷은 왼쪽으로 당겨지더니 페어웨이 왼쪽에 위치한 물에 빠졌다. 그리고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 마저 페어웨이 중간을 가로지르는 개울로 또 다시 들어가고 말았다. 결국 5온 2퍼트 트리플보기.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 더 노던트러스트 최종일 9번홀 트리플보기 장면. [사진 제공 = PGA투어 홈페이지]
10번홀(파4·487야드)에서도 악몽은 이어졌다. 291야드를 날아간 티샷은 살짝 오른쪽으로 밀리며 도저히 샷을 할 수 없는 숲속으로 들어갔고 1벌타를 받고 드롭을 했지만 러프지역이었다. 할 수 없이 스피스는 세번째 샷을 48야드를 보내 페어웨이로 볼을 꺼낸 뒤 그린을 노렸지만 이마저도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또 다시 5온 2퍼트 트리플보기. 스피스는 단 2개 홀에서 6타를 잃고 무너졌고 이후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한 채 짐을 싸야 했다.
↑ 더 노던트러스트 최종일 10번홀 트리플보기 장면. [사진 제공 = PGA투어 홈페이지]
하지만 더 재미있는 일은 불과 사흘 전인 대회 2라운드에서 스피스가 '생애 첫 연속 이글'을 잡아냈다는 것이다. 당시 스피스는 5번홀(파4·428야드)에서 321야드나 날아가는 완벽한 드라이버샷을 날렸고 페어웨이 한 가운데에서 81야드를 남기고 친 웨지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 넣으며 이글을 잡아냈다.
↑ 더 노던트러스트 2라운드 5번홀 샷이글 장면. [사진 제공 = PGA투어 홈페이지]
이어진 6번홀(파5·541야드)에서는 골프의 신이 도왔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스피스는 티샷을 하고 난 뒤 곧바로 드라이버를 손에서 던지듯 놨다. 오른쪽으로 너무 많이 밀리는 샷이 나왔기 때문. 다행이 볼은 옆 홀 페어웨이 한 가운데에 놓여져 있었다. 이 곳에서는 커다란 연못을 곧바로 넘겨 그린을 노릴 수 밖에 없는 상황. 스피스는 핀을 노렸지만 볼은 짧아 그린앞쪽 언덕을 맞고 물에 빠지기 직전에 간신히 멈춰섰다. 두번의 행운의 샷의 힘일까. 스피스가 불안정한 자세로 친 웨지샷은 또 다시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더 노던트러스트 2라운드 6번홀 이글 장면. [사진 제공 = PGA투어 홈페이지]
스피스가 PGA투어에서 통산 743야드를 치르며 처음으로 경험하는 '연속 이글'이다. 게다가 6번홀에서는 연속된 실수에도 이글을 성공시켰다. 이
날 8타를 줄이며 최고의 하루를 보낸 스피스는 "아마 연속 이글 상황에서 8타정도 이득을 본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통계 전문가인 저스틴 레이에 따르면 PGA투어 한 대회에서 연속 이글과 연속 트리플보기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시즌 동안 스피스가 처음이다.
[조효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