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마무리 고우석이 또 고개를 숙였다.
팀의 명운이 달린 빅 매치에서 또 한 번 무너졌다. 큰 경기서 약한 모습이 계속 이어졌다.
"보다 확실한 변화구가 필요하다"는 전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더 크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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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마무리 고우석이 17일 수원 KT전서 9회말 동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KT와 승차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고우석이 또 한 번 중요한 경기서 무너지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고우석은 훌륭한 마무리 투수다. 하지만 팀이 꼭 필요로 하는 순간 부진한 투구가 이어지며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너무 잦다는 약점이 있다.
2019시즌 키움과 준플레이오프에서 3경기 1.2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첫 성인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2019 프리미어12 때도 3경기 3이닝 2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지난해에도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10월 이후 12경기에서 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4.30으로 부진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경기 4.1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특히 일본전 부진이 뼈아팠다.
고우석을 가까이서 지켜 본 한국 야구 레전드 박용택 KBSN 해설위원의 지적은 그래서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박 위원은 "고우석이 좀 더 좋은 마무리 투수가 되려면 보다 확실한 변화구가 하나 있어야 한다. 중요한 순간에 변화구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종이 확실하다면 더 나은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다. 아직은 삼진 숫자가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고우석의 투구를 평가한 바 있다.
박 위원은 "마무리 투수는 위기가 찾아왔을 때 삼진을 잡는 능력이 필요하다. 위기의 순간에 맞혀잡는 투구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플레이 타구는 언제든 변수를 일으킬 수 있다. 한국에선 압도적인 힘이 있기 때문에 맞혀잡는 투구도 통할 수 있다. 국제 대회는 다르다. 고우석 정도의 스피드에 적응돼 있는 타자들이 많다. 스피드 하나만으로는 상대를 압도하기 어렵다. 특히 결정적 순간에 한 방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대가 노림수를 좁히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금 상태에선 코너에 몰리면 패스트볼 먼저 찾게 돼 있다. 다른 구종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좋은 투수지만 보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되기 위해선 언제든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거나 확실하게 상대의 방망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 변화구 하나 쯤은 확실하게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투 피치 유형 투수다. 슬라이더를 더 확실하게 가다듬으며 자신감을 장착하거나 제3의 구종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경기서도 변화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다보니 제구가 흔들리고 있음에도 패스트볼만 고집하다 화를 자초했다. 황재균은 슬라이더로 잘 잡아 냈지만 다른 타자들과 대결에선 슬라이더를 자신감 있게 쓰지 못했다.
패스트볼 만큼 스스로 믿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자연스럽게 타자들은 노림수를 좁힌 채 고우석을 상대했다.
고우석은 LG 마무리다. 큰 경기서 거듭된 부진은 LG 우승 전선에 빨간불
여기에 슬라이더를 좀 더 자신감 있게 구사할 수 있도록 가다듬어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전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