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기대가 모아진 후반기가 시작됐지만 그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KBO리그에 깜짝 데뷔하며 이름을 알렸던 KIA 포수 권혁경(19) 이야기다.
권혁경은 KIA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서 코로나 영향으로 주전 포수 두 명이 모두 이탈하게 되자 갑자기 마스크를 쓰게 됐지만 그 경기를 완봉승으로 이끌며 이름을 알린 고졸 신인 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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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경이 갖고 있는 능력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성장을 1군에서 보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KIA 타이거즈 |
KIA에선 찾기 힘든 거포 유망주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많이 모았다. 수비형 포수가 주축인 KIA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유망주라는 평가가 있었다.
권혁경은 고교 2년생 시절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리그에서 1할대 타율에 그쳤다. 그 해 여름 방학 때 급하게 양준혁 MBC 스포츠+ 해설위원을 찾아 온 이유였다.
양 위원은 단박에 권혁경의 재능을 알아봤다. 타격을 가르치는데 있어 이해가 대단히 빨랐다. 스펀지 처럼 양 위원의 이론을 흡수했다.
양 위원은 권혁경에게 거포의 스윙을 알려줬다. 충분히 거포로 성장할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성과는 금방 나타났다. 권혁경은 가을 리그서 4할대 맹타를 쳤다. 3학년때도 내리 4할을 치다 마지막에 조금 주춤하며 0.395의 타율로 마지막 해를 보냈다.
양준혁 위원은 "권혁경은 거포 스윙이 장착된 선수다. KIA에 지명 됐을 때 '됐다' 싶었다. KIA에 꼭 필요한 유형의 선수였기 때문이다. KIA는 장타력 부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팀이다. 권혁경이라면 그 부족함을 메워줄 수 있는 자원이다. 입단 이후에도 장타력으로 많은 분들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 2군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으며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메이저리그 출신인 윌리엄스 감독이 좋아할 만한 스윙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타격을 제대로 배울 때 시작부터 거포 스윙을 장착했기 때문에 눈에 띌 수 있는 선수다. 꾸준히 기회를 부여 받는다면 오래지 않아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3년 이내에 재능을 터트릴 수 있는 선수다. 3년 안에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 양의지와 같은 포수가 될 재능을 갖고 있다. 아직 포수로서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았겠지만 당분간은 타격 능력으로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방망이가 좋다. 다만 아직 멘탈이 조금 약한 것이 흠이지만 충분한 경험을 쌓는다면 그 부분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 위원의 기대와는 달리 KIA에서 기회를 얻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상황이다. 윌리엄스 감독의 성향 때문이다.
물론 윌리엄스 감독도 권혁경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권혁경에 대해 "툴 박스(재능)가 넘치는 선수다. 많은 경험을 쌓게 되면 더 좋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 가진 연습 경기서는 1군 주축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기가 시작되며 권혁경은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에서 포수 수업을 더 받아야 한다는 것이 윌리엄스 감독의 생각이다.
17일 잠실 구장에서 만난 KIA 관게자는 "윌리엄스 감독은 포수의 수비 능력에 좀 더 비중을 두는 지도자다. 좋은 포수가 있어야 좋은 투수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비적인 측면에서 경험이 많은 포수를 선호하는 이유다. 권혁경의 재능은 높게 평가하지만 아직 1군에서 기회를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군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 1군에서 쓸 수 있다고 보는 듯 하다. 1군에서 기회를 주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할 스타일은 아니라고 본다. 권혁경의 타격 재능이 아깝기는 하지만 감독 성향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9월에 확장 엔트리가 되고 KIA의 포스트시즌이 완전히 물 건너 간 뒤에는 혹시 기회를 줄 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스 감독은 투수의 성장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권혁경에게는 수비적으로 기대를 많이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팀이 필요로하는 거포형 포수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1군 보다는 2군에서 경험을 쌓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권혁경의 성장을 눈 앞에서 확인하게 될 방법은 크게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당장 공격력이 1군에서 통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윌리엄스 감독 특성상 기회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A팀 스카우트 담당자는 "권혁경을 우리 팀도 눈여겨 봤었다. 거포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는 포수다. 기회를 주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타 팀 문제에 이러쿵 저러쿵 말할 순 없지만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상당기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권혁경의 재능에 대해선 모든 사람들이 인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하는 방식에 대해선 서로 의견이
당장 1군에서 활용하며 기회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스 감독의 성향이 그렇기 ??문이다. 옳고 그르고를 현재 상황에서 따질 순 없다.
분명한 건 권혁경의 성장 스토리가 1군 보다는 2군에서 먼저 쓰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