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뛰어나지만 큰 경기 때마다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된다. LG 트윈스가 믿었던 마무리 투수의 치명적인 블론 세이브 속에 패배 같은 무승부를 기록했다.
LG는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 위즈와의 팀 간 8차전에서 5-5로 비겼다. 8회까지 5-3으로 앞서며 2연승과 함께 주중 3연전 첫 경기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마무리 고우석(23)이 9회말 2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실점 과정도 좋지 않았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제구 난조 속에 심우준(26), 송민섭(31)에 연이어 볼넷을 내주며 무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9번타자와 대수비로 투입돼 타격이 강하지 않은 백업 선수에게 안타도 아니라 프리 패스로 베이스 두 개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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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9회말 5-5 동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
LG로서는 선두 kt와의 격차를 0.5경기로 좁힐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미리 보는 가을야구로 주목받았던 첫 경기부터 고우석의 블론 세이브와 함께 아쉬움을 삼켰다.
고우석은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은 2019 시즌부터 포스트시즌을 비롯해 순위 싸움 중인 팀과의 맞대결이나 반드시 1승이 필요한 승부처 때마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경기 1.2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고 첫 성인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2019 프리미어12 때도 3경기 3이닝 2실점으로 쓴맛을 봤다.
지난해에도 큰 경기에서 약한 면모를 극복하지 못했다. 팀의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10월 이후 12경기에서 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4.30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키움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볼넷 3개를 내주며 좋은 투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올해도 흐름이 비슷하다. 전반기 내내 빼어난 구위를 과시하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막상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경기 4.1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을 제외하면 최고의 마무리 투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고우석의 큰 경기 악몽이 반복되면서 마무리 투수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정민태(51)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는 고우석의 큰 경기 부진 원인을 단조로운 구종과 제구 난조로 지적한다. 일본과의 도쿄올림픽 준결승전 직후 키움 조상우(28)와 비교하며 직구, 슬라이더 투 피치의 한계와 제구력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고우석은 20대 초반의 젊은 투수이기 때문에 큰 경기에 약하다는 꼬리표를 떼어버릴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LG로서도 고우석의 활약 없이는 'V3' 도전이 불가능하다.
고우석 스스로 빅게임 피처로 거듭나야만 LG가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꿈에 다가설 수 있다.
[수원=김지수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