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대호(39)도 뒤로 물러섰다. 몸쪽에 대한 대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절친 추신수가 앓고 있는 고민을 이대호도 앓고 있다. 타석에서 뒤로 물러선다는 건 몸쪽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자존심은 버린 지 오래다. 몸쪽 공략을 위해 나름의 방법을 찾고 있다.
몸쪽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면 이대호에 대한 기대치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아직 잘 버티고 있지만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 이대호가 좌투수 상대로 약점을 보이고 있다. 좌투수의 몸쪽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MK스포츠 DB |
우투수를 상대로는 타율이 0.309로 좋은 편이다. 하지만 좌투수에겐 대단히 약하다. 좌투수 상대 타율이 0.220에 불과하다.
좌투수를 상대하는 비율이 적은 탓도 있지만 좌투수가 던지는 몸쪽 공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우타자는 우투수에 약하고 좌투수에 강하다. 하지만 이대호는 이 수치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몸쪽 승부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좌투수가 등장하면 타석에서 살짝 뒤로 물러선다. 몸쪽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다.
그럴수록 좌투수들의 집요한 몸쪽 승부가 이어진다. 패스트볼로 몸쪽을 찌르고 슬라이더로 떨어트려 헛스윙을 유도하는 패턴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
이대호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지만 알면서도 당하고 있다.
이대호의 체인지업 타율은 0.333으로 나쁘지 않다. 좌투수가 던지는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는 나름 대처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슬라이더 상대 타율은 0.208로 떨어진다. 우투수의 바깥쪽 슬라이더 보다는 좌투수가 던지는 몸쪽 슬라이더에 약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수치라 할 수 있다.
좌투수를 상대로 더욱 심각한 것은 장타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좌투수 상대 장타율이 0.293에 불과하다. 타율이어도 낮게 느껴질 수치를 장타율로 찍고 있다. 좌투수를 상대로는 장타를 거의 뽑아내지 못했음을 뜻한다.
실제 이대호는 좌투수를 상대로 홈런이 1개에 불과하다. 2루타는 1개도 치지 못했다.
추신수가 겪고 있는 고민과 같은 지점이다.
추신수는 이대호와는 반대로 좌투수에 강하고 우투수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 좌투수 상대 타율은 0.315지만 우투수를 상대로는 0.210을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문제점은 역시 몸쪽이다. 우투수가 던지는 몸쪽 승부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추신수 역시 타석에서 반 족장 정도 뒤로 물러서 타격을 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
A팀 전력 분석 관계자는 "아무래도 나이가 들 수록 몸쪽에 대한 대처가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에이징 커브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대호가 좌투수가 던지는 몸쪽 승부에 약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은 몸쪽에 후하다. 특히 좌투수가 대각선으로 우타자에게 던지는 몸쪽 공에 후한 경우가 많다. 이대호도 이 부분이 잘 대처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좌투수에 이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좌투수 상대 타율이 이렇게까지 나쁘지(0.270) 않았다. 올 시즌엔 확실히 몸쪽 대처 능력이 떨어지며 좌투수를 상대로 약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우리 팀에서도 좌투수가 이대호를 상대할 땐 과감하게 몸쪽을 찌르라는 사인을 낸다. 추신수는 그렇게 들어오다 가운데 몰리는 실투를 홈런으로 많이 연결하지만 이대호는 그 부분에서도 강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좌투수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몸쪽 승부를 할 수 있는 이유다. 이대호가 해법을 찾지 못하면 앞으로 이대호 타석에서 좌투수가 기용되는 경우가 더욱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대호는 여전히 롯데의 중심이다. 하지만
과연 이대호는 몸쪽 공략에 대한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추신수와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먼저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