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엔 "군 면제 혜택 주지 말자"
팬들이 느낀 선수들의 '간절함' 차이
여자 배구와 남자 야구는 도쿄올림픽에서 똑같이 준결승까지 올라갔습니다. 준결승에서 상대팀에게 져서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있는 것도 똑같습니다. 하지만 배구와 야구에 대한 여론은 극명히 갈렸습니다.
앞서 남자 야구 대표팀은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전 경기에서 2대 5로 패한 뒤, 패자 준결승전에서 만난 미국에 다시 2대 7로 패배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은 2연패 기회가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여자 배구 대표팀은 어제(6일) 브라질과 맞붙은 준결승전에서 세트 스코어 0대 3으로 완패했습니다. 브라질 배구팀의 에이스 선수가 도핑 문제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세계 랭킹 2위의 벽은 높았습니다.
이렇게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이 패배한 것을 두고 야구와 배구에 대한 여론은 상반됐습니다.
야구 대표팀에는 "동메달을 따더라도 군대에 보내야 한다"는 분노 가득한 국민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청원을 올린 작성자는 "마지막 경기만 남은 상황에서 이 경기를 이기게 되면 동메달을 획득하게 된다"며 "6개 참가팀에서 겨우 3위를 하고 동메달 취득 후 군 면제 혜택을 받게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동메달을 따더라도 군 면제 혜택을 주지 말자는 겁니다.
또 야구 대표팀이 미국에 패배한 다음 날에는 경기 도중 아쉬운 장면을 보였던 고우석과 양의지 등에 대한 비판이 과도하게 쏟아지자 해당 선수들의 응원 페이지에서만 댓글창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국민들은 배구 대표팀에게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며 "이미 우리에겐 금메달이다"라는 위로와 환호를 동시에 보내고 있습니다. 브라질의 압도적인 실력에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배구 대표팀이었지만 실시간 댓글창에는 "4강 진출만으로도 고맙다", "동메달 결정전도 힘내 달라", "부상 조심해야 한다", "지금까지도 너무 멋진 경기였다" 등 칭찬이 쏟아졌습니다.
이 같이 두 대표팀을 향한 상반된 여론은 국민들이 선수들에게 느낀 간절함의 무게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배구 대표팀 선수들은 '절실함'이 남달랐습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 나서기 어려운 30대 초중반의 멤버들이 도쿄올림픽 출전을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절실하게 승리를 다짐한 점이 승리를 향한 배구 대표팀의 열망을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김연경은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줬고, 승리의 추가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후배들을 다독였습니다. 허벅지 핏줄이 터진 장면이 포착되기도 하면서 승리를 향한 강한 집념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하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많이 지쳤다는 걸 알지만 승리를 위해 끝까지 싸워 주어서,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절실함이 느껴져서 배구가 사랑 받은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반면 야구 대표팀에게는 '절실함'이 없었다는 게 팬들의 생각입니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도, 덕아웃에 있었던 선수들에게서도
패자 준결승전에서 미국에게 패한 뒤 김경문 감독은 "꼭 금메달을 따겠다는 마음만으로 일본에 온 것은 아니"라며 "금메달을 못 딴 건 많이 아쉽지 않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