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서건창을 영입하기 전 LG의 주전 2루수는 정주현이었다.
알찬 수비 범위와 쏠쏠한 타격 능력으로 최근 몇년간 LG의 주전 2루수 자리를 지켰다. 비록 타 팀에 비해 좋은 2루수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팀이 힘들 때 궂은 일을 해낸 선수라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정주현의 시즌 타율은 0.232였다. 서건창은 0.253을 기록했다. 차이는 제법 나지만 둘 다 타율이 낮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LG는 왜 굳이 서건창을 선택했던 것일까.
↑ LG 새 식구가 된 서건창이 타격 성적 그 이상의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잠실(서울)=김영구 MK스포츠 기자 |
5일 잠실 구장에서 만난 LG 전력 분석팀 관계자는 "서건창의 타율만 보고 뽑은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타자로서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문이다. 경기 상황에 맞는 배팅, 팀을 위한 배팅, 답답한 흐름을 깰 수 있는 배팅 능력을 서건창은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서건창을 영입하는데 공을 들인 것이다. 단순히 타율만 보고 정주현과 별 차이가 없다고 분석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력 분석팀 관계자가 말한 팀을 위한 배팅과 상황에 맞는 배팅 등은 수치로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의 감이 좀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숫자로도 조금쯤은 서건창의 팀 배팅 능력을 찾아볼 수 있다.
일단 병살이 많은 선수는 아니다. 낮은 타율에 비해 병살 비율은 11.4%에 불과하다. 규정 타석 선수 중 1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주자로서도 쓸모가 많다. 평균 대비 득점 생산(주루)에서 2.06으로 전체 3위에 올라 있다. 주루 플레이를 활발하게 하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 놓는 능력이 탁월함을 알 수 있다.
LG 전력 분석팀 관계자는 "수비에 약점이 있는 선수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위험성을 감수할 수 있는 타격. 주루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영입에 나선 것이다. 숫자만으로는 다 평가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갖고 있는 선수가 서건창이다. 특히 팀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효율적인 배팅으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다. 단순히 타율만으로 평가하기엔 서건창이 갖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 단순히 주자의 진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팀이 꼭 필요로 할 때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배팅에 능하다. 풍부한 경험이 있기에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흐름을 가져오는 타격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숫자 그 이상의 가치를 봤기에 영입에 나서게 된 것이다. 팀에 많은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다. 이런 뜻이 현장과도 통하며 트레이드로 연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연 실제로 서건창은 숫자 그 이상의
올 시즌 유독 답답한 공격력이 활로를 찾지 못하며 어려운 경기를 많이 했던 LG다. 이기는 법을 아는 베테랑 영입이 그 막힌 혈을 뚫어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잠실)=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