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롯데' 불펜에 한국 대표팀의 마지막 자존심이 걸려 있다.
한국은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도미니카 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한국은 에이스를 두 명이나 쓸 수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비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경기다.
↑ 롯데 신인 김진욱(오른쪽)이 이번 올림픽에서 제 몫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사진(일본 요코하마)=천정환 기자 |
불펜에 약점을 안고 있던 도미니카 입장에선 매우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반면 마운드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대표팀은 걱정이 많은 경기다.
일단 김민우가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 김민우는 이미 2차례 등판에 6이닝을 투구한 바 있다.
긴 이닝을 끌어주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기대치는 5이닝이라 할 수 있다. 그 정도만 해줘도 대표팀엔 큰 힘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나머지 4이닝을 어떻게 막느냐가 대단히 중요해졌다.
불펜 소모가 많았던 한국이다. 그 과정에서 크게 무너지는 투수들도 나왔다. 100% 확신을 가지고 투수를 기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특히 조상우와 고우석을 쓰는 것에 제한이 걸렸다는 것이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조상우는 한국이 치른 6경기 중 5경기에 등판 했다. 멀티 이닝도 필요하면 소화를 했다. 불펜 투수 중에서는 최다인 6이닝을 던졌다.
힘이 떨어진 것이 느껴질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상우다. 물론 6일 하루의 휴식이 주어진다고는 하지만 체력이 얼마나 회복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고우석은 한.일전서 패전 투수가 된 아픔을 안고 있다.
다 잡았던 흐름을 놓치며 연속타를 허용, 일본 대표팀에 대량 실점을 했다.
당분간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고우석이 심적으로 잘 이겨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심리적 불안감이 나타난다면 대표팀 불펜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 박세웅은 체력적으로 현재 대표팀 불펜 투수 중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사진(일본 요코하마)=천정환 기자 |
박세웅과 김진욱은 이번 대회 불펜 투수들 중 가장 적은 2이닝만을 소화했다.
체력적인 면에서 가장 빼어난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다. 평균 자책점 '제로' 행진을 하고 있다.
아주 중요한 승부처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언제 기용이 되던 최선을 다하며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선 이들의 몫이 대단히 중요해졌다. 체력적으로 가장 여유가 있고 심리적인 내상도 받은 적이 없다. 가장 좋은 컨디션에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투수들이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얼마나 믿고 맡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대단히
롯데 출신 두 투수에게 동메달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국 대표팀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그 중심에 박세웅과 김진욱, 두 롯데 투수가 서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