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결과론이라 할지라도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일본과 승자 준결승 8회말 투수 교체가 그것이다.
한국은 4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준결승서 2-5로 패하고 말았다. 경기 중반까지 2-2로 팽팽히 맞섰으나 8회말 대거 3실점 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 4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전서 일본이 8회말 야마다의 주자 일소 2루타로 3점을 앞서 나간 뒤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떨군 고우석의 모습이 안타깝다. [요코하마(일본)=천정환 MK스포츠 기자] |
한국은 투수를 고우석으로 교체했다. 고우석은 첫 타자 아사무라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다음 타자 야타기타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곤도를 1루 땅볼로 막아냈다. 병살이 됐다면 아무 일 없이 이닝이 종료될 수 있었다.
하지만 2루로 넘어간 공이 1루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고우석이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해 곤도를 1루에서 살려주고 말았다. 불운의 씨앗이었다.
이후 고우석은 8번 타자 무라카미를 고의 사구로 출루시켰다. 2사 1,2루. 여전히 마음 속엔 좀 전 1루에서의 플레이가 머릿 속에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베이스만 제대로 밟았으면 끝날 이닝이 살아 이어지고 있으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리 없었다.
결국 다음 타자 카이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로 몰리게 된다.
고우석은 뒤늦게 타자와 승부를 걸어보려 했지만 이미 기운이 일본 쪽으로 꺾인 뒤 였다.
어떻게든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올 것을 예감한 1번 타자 야마다는 좌중간 담장 상단을 때리는 주자 일소 2루타를 쳤다.
여기서 투수가 교체 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5일 이번 대표팀의 문제점 들에 대해 고견을 듣기 위해 MK스포츠와 인터뷰에 응한 한국 야구 한 원로는 "고우석은 이미 한계 상황을 벗어나고 있었다. 고우석은 삼진이 많은 스타일이 아니다. 맞아서 승부를 봐야 하는 유형의 투수다. 그런데 일본 프로야구에는 고우석 정도의 구속을 던지는 투수들이 적지 않다. 국제 무대에서 스피드만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만루라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미리 준비만 됐다면 고비를 넘길 수 있는 투수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과감하게 투수를 교체했어야 한다고 본다. 일본과 대전은 내일이 없는 승부로 임했어야 한다. 설사 그 다음 경기를 지더라도 일본전에 모든 힘을 쏟았다면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 순간에 투수 교체를 하지 않은 것을 결과론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가 일본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는지에 대한 반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우석도 느끼는 바가 많았을 것이다. 상대를 완벽하게 속일 수 있는 변화구 하나 정도는 손에 익힐 필요가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보여주기 식만으로는 부족하다. 확실하게 상대의 방망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준의 변화구가 필요하다. 결국 그 한 뼘이 모자랐기에 일
"내일을 생각해야 했다"던 김경문 감독은 5일 미국과 패자 결승에서도 패하며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다.
야마다의 큼지막한 타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 아픔을 잊으려면 꽤 오랜 새간이 필요할 것 같다.
[서울(반포)=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