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꾼 이미지는 한 순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잘못을 저지른 선수가 완전히 용서 받기 까지는 대단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오롯이 야구에만 전념해야 하고 사회 봉사 활동에도 열성을 다해야 한다. 그때가 돼서야 진심을 인정 받을 수 있다.
말 뿐인 사과는 오래지 않아 한계를 드러낼 뿐이다. 하늘이 내린 재능을 갖고 있으나 거듭된 일탈로 선수 생명 자체에 위험이 노출된 이학주(31.삼성)와 안우진(22.키움) 이야기다.
↑ 이학주(왼쪽)와 안우진. 하늘이 내려주신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지만 거듭된 일탈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사진=MK스포츠 DB |
이학주는 사태가 불거진 뒤 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야구에만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학주는 또 한 번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팀 내규를 어겨 2군으로 내려간 것이다.
정확히 어떤 내규를 어겼는지는 알 수 없다. 삼성은 구체적인 내용까지 밝히지는 않고 있다. 다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의 잘못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떤 문제이건 이학주가 잘못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후반기 대반격을 준비 중인 삼성이 전력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이학주를 2군으로 내려 보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선수로서 생활이 불성실했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벌써 두 번째 잘못을 저지른 셈이다. 한 번은 용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은 용서 받기 어렵다. 처음 했던 반성이 진심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른 것을 떠나 팬들과 약속을 어겼다는데서 실망감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교주'라 칭했던 팬들의 애정은 차갑게 식을 수 밖에 없다.
안우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벼운 잘못일 수는 있지만 그가 성실을 약속했었다는 점에서 거의 자체 징계는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안우진은 훨씬 더 심각했다.
안우진은 고교 시절 학교 폭력에 연관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큰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프로 입단 전이기 때문에 KBO징계는 없었지만 대한야구협회의 국가 대표 선발권 박탈과 키움 내부 징계가 내려졌다.
당시 안우진은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피해자에게도 진심으로 사과 한다. 앞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사람이 돼서 잘못을 만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었다.
입단 이후 몇 년간 잠잠했기에 안우진의 다짐은 사실처럼 느껴졌다. 진심 어린 행동을 한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한 순간에 모든 것이 허물어졌다. 코로나 술판에 연루됐다는 것이 밝혀지며 KBO의 징계를 받았다.
수원 숙소를 이탈해 30km가 넘는 이동 거리를 옮기며 강남 호텔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것이 알려졌다.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기에 배신감은 더욱 컸다.
이학주와 안우진은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학주의 유연성과 순간 파괴력은 리그에서 손 꼽히는 수준이다. 안우진은 155km를 쉽게 넘길 수 있는 투수다. 선발 투수로서 평균을 150km 이상 찍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늘이 주신 선물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 선물에 대한 감사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재능만 믿은 탓인지 야구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한 번의 큰 일탈로 문제가 됐던 선수들이다 그래서 더 야구에 각별해야 했다. 하지만 이
언젠가는 다시 이들의 악마의 재능을 지켜 봐야 하는 일이 올 것이다. 대단히 괴로운 관전이 될 것 같다. 하늘이 주신 기회를 살리지 못한 이들의 일탈이 너무나도 아프게 느껴진다. 믿음이 컸기에 실망도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