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 얻었다"
올림픽 개최 이후 최초의 성전환 선수로 여자 역도 경기에 출전한 뉴질랜드 선수 로렐 허버드가 메달리스트의 꿈은 이루지 못한 채 경기장을 내려왔습니다.
어제(2일) 허버드는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역도 최중량급(87kg 이상) A 그룹 경기에 출전했으나, 인상 1~3차 시기 모두 실패하며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는 인상 1차 시기에서 120kg를 들다가 바를 뒤로 넘겨 버렸고, 2차 시기에서는 125kg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으나 심판진은 '리프트 동작이 완전하지 않았다'며 '노 리프트'를 선언했습니다.
3차 시기에서도 125kg에 도전했으나 너무 일찍 바벨을 놔 3번의 시도 모두 실패해 용상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됐습니다.
실격 판정을 받은 허버드는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감사해요"라고 말하는 등 밝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허버드는 경기 후 진행된 많은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었다. 나의 올림픽 참가를 허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고맙다"며 "IOC의 노력으로 올림픽 정신이 살아 있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게 됐다. 스포츠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는 걸 IOC가 증명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그는 자신의 올림픽 참가가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는지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겠다며 "오늘 함께 출전한 선수들과도 불편함 없이 지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경기 전 허버드를 소개할 때 모든 선수들이 그를 박수로 맞이했습니다.
그와 함께 최중량급에 출전한 이선미(21·강원도청)는 "처음으로 허버드와 경기를 하게 돼 기대했는데, 경기력에는 실망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는 '개빈'이라는 이름의 남자로 태어났고, 105kg급 남자 역도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2013년 성전환수술을 했고, 2015년 IOC가 성전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면서 여성부 경기에 출전할 자격을 얻었습니다.
당시 IOC는 성전환 선수가 여성부 대회에 출전하려면 첫 대회 직전 최소 12개월 동안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혈중 농도가 10nmol/L 이하여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이에 허버드는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남성 호르몬 수치 검사를 진행했고, 2016년 12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IOC와 IWF가 요구한 수치 이하로 떨어져 여성부 대회 출전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이후 2017년부터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그 해 12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최중량급에서 인상 124kg, 용상 151kg을 들며 합계 2위에 오르는 등 성전환 선수 최초로 세계역도선수권 메달리스트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역도 약소국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많은 논란 속에 출전권을 획득했지만, 시상대에 서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역도장 풍경을 바꿔 놓은 허버드를 인터뷰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많은 취재진들이 모였고, 허버드가 인상에서 1~3차 시도 모두 실패하자 상당수가 자리를 떠났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