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꼭 써야 했는데 한국 대표팀의 대역전극에 지나치게 흥분한 탓에 놓친 기사가 있었다.
한국 대표팀 마무리 오승환에 대한 기사였다.
콜드 게임으로 승리한 날 난데 없이 왜 오승환이냐 하겠지만 오승환의 역투는 분명 이날의 대승으로 연결되는 쾌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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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대표팀의 2일 콜드 게임 승리 출발점에는 오승환의 역투가 있었다. [요코하마(일본)=천정환 MK스포츠 기자] |
집중력을 갖기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늘 이기는 상황을 지키러 올라오는 마무리 투수에게 추가 실점을 막아야 하는 임무는 익숙하지 않다.
게다가 주자까지 한 명 얹혀진 상황이었다.
천하의 오승환도 긴장을 한 듯 보였다. 실수가 나왔다. 1루 주자를 견제한다는 것이 뒤로 빠지며 3루까지 허용했다. 무사 3루. 빗맞은 내야 땅볼만 나와도 실점할 수 있는 대위기였다.
여기서 한 점을 더 내준다면 사실상 경기를 내주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분위기를 완전히 넘겨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내야 수비는 모두 전진 수비를 펼쳤다.
수비수들이 앞으로 나온 만큼 양 사이드로는 더 큰 공간이 벌어졌다. 그만큼 실점 확률도 높았다.
하지만 오승환은 오승환이었다. 이 상황에서 전혀 흔들림 없이 제 몫을 다해냈다.
전진 수비하고 있던 수비수들 앞으로 정교하게 타구를 보냈다.
첫 타자 발레리오를 유격수 정면 타구로 막아내며 첫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이어 구즈만 역시 유격수 땅볼로 막으며 2아웃을 만들었다. 3루 주자는 꼼짝 없이 묶여 있었다.
2아웃이 되며 분위기가 바뀌는 순간, 오승환은 끝까지 침착하게 제 몫을 다해냈다.
마지막 타자가 된 페레즈를 1루 땅볼로 솎아내며 9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무조건 점수를 주며 패색이 짙어질 수 있는 위기. 여기서 오승환이 무실점으로 역투를 하며 경기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었다.
대역전극의 발판을 놓은 멋진 투구였다.
한국 대표팀은 살아난 분위기를 타고 9회말 대 역전극을 이끌어냈다.
사실 2일 경기는 부담이 되는 경기였다. 12시 경기였기 때문에 14시간 정도 밖에는 시간이 없었다. 선수들이 피로에 지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2일 경기 전 선수들의 표정엔 자신감이 흘러 넘쳤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덕
전날의 대역전승이 가져다 준 효과였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대회 첫 콜드 게임으로 이어졌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옷으환의 역투에서 시작된 바람이 다음 경기까지 이어진 셈이었다.
하루가 지났지만 오승환 기사를 꼭 써야만 했던 이유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