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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는 1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도쿄올림픽 녹아웃 스테이지 첫 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3실점으로 상당한 역투를 해줬다. 필자는 이의리가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가운데 중책을 맡아 걱정이 컸다. 또 동시에 잘 던진다면 정말 좋은 투구를 보여줄 것 같다고 예상했는데 중압감을 잘 이겨냈다. 이날 투구 내용은 충분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1회에는 긴장한 탓인지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서 폭투도 나오고 투구 밸런스도 잡히지 않았는데 이후 잘 극복하면서 선발로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이날 경기를 통해서 다음 등판 때는 더 여유 있는 피칭을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의리 스스로도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잘 던졌다는 느낌을 받았을 거라고 본다. 이날은 좌완으로서 강점이 있는 빠른 직구에 바깥쪽 체인지업이 제구가 잘 이뤄지면서 탈삼진 9개를 잡은 것도 보기 좋았다. 4회초 상대 4번타자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한 건 아쉽다. 성급하게 승부가 들어갔는데 이 부분만 빼면 전체적으로 좋은 투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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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5이닝 3실점으로 호투한 이의리. 사진(일본 요코하마)=천정환 기자 |
이의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경험이다. 큰 무대에서 값진 경험을 쌓았고 자신감도 얻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오면 더 좋은 피칭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불펜진도 칭찬해 주고 싶다. 조상우와 고우석이 경기 중반을 잘 막으면서 오승환까지 흐름이 잘 넘어갔다. 오승환이 9회초 견제 실책으로 무사 3루 위기에 몰렸었는데 여기서 실점했다면 과연 뒤집을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 오승환이 위기 상황에서 노련한 투구로 실점 없이 완벽히 틀어막아준 게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역시 오승환이었고 뛰어난 마무리 투수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박세웅과 차우찬도 짧은 이닝이었지만 잘 막아줬다. 박세웅의 경우 직구는 물론 낙차 큰 커브로 타자 타이밍을 뺏는 모습이었는데 필자 개인 생각으로는 앞으로도 슬라이더보다는 커브의 비중을 높인다면 더 좋은 투구가 가능할 거라고 본다.
차우찬은 이의리에게 홈런을 쳤던 도미니카 4번타자를 변화구로 잘 잡아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워낙 노련미가 있는 선수라 직구, 슬라이더의 단순한 패턴이 아니라 낙차 큰 커브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 조합으로 땅볼 유도를 잘했고 쉽게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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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환(왼쪽)이 지난 1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9회초 무사 3루의 실점 위기를 넘긴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일본 요코하마)=천정환 기자 |
9회말 극적으로 3점을 뽑아서 역전승을 거둔 부분이 이스라엘전부터 큰 활력소가 됐으면 좋겠다. 투수들이 제 몫을 해주고 있는 만큼 타선만 조금 더 분발한다면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