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는 아쉽지만 우리 투수들은 제 몫을 다한 경기였다. 특히 선발투수로 나섰던 고영표(30)는 매우 빼어난 피칭을 보여줬다.
31일 열린 미국과의 도쿄올림픽 두 번째 경기는 2-4 패배였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고영표가 허용한 4회말 2점 홈런, 5회말 1점 홈런으로 흐름이 미국 쪽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4회말 첫 피홈런의 경우 미국 4번타자 트리스턴 카사스(20)가 정말 잘 쳤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는 공이었다. 고영표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타자 몸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코스에 좋은 공을 던졌다. 하지만 카사스가 치지 않았다면 볼로 판정될 코스의 공을 그대로 잡아당겨 담장을 넘겼다. 이런 부분은 투수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지난 31일 미국과의 경기에서 4.2이닝 3실점을 기록한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투수 고영표. 사진(일본 요코하마)=천정환 기자 |
필자는 이날 고영표의 실투는 5회말 닉 앨런(23)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던 밋밋한 변화구 단 하나뿐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선발투수라면 매 경기 이런 실투 없이 경기를 치를 수는 없다. 고영표는 최선을 다했고 다음 등판에서도 좋은 피칭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 경기 패배에 너무 낙담하지 말고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길 바란다.
아쉬운 건 고우석(23)이었다. 고우석은 우리가 1-3으로 역전 당한 뒤 5회말 2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는데 연속 안타를 맞고 미국에 한 점을 더 내줬다. 이 과정에서 너무 직구 위주로 투구한 게 독이 됐다.
미국 타자들은 150km대의 공을 자주 접하기 때문에 고우석의 공에 타이밍 포착이 되는 모습이었다. 고우석이 연속 안타 허용 이후 변화구를 섞어 던지면서 쉽게 아웃 카운트를 잡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컸다.
김민우(26)는 1⅔이닝을 퍼펙트로 막기는 했지만 팔스윙과 밸런스 등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직구 스피드도 130km 후반대에서 형성되는 등 국내에서 한창 좋을 때 모습은 아니었다. 다만 주무기인 포크볼을 활용해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늘려나간 점은 보기 좋았다.
김진욱(19)과 박세웅(26)도 큰 무대에서 자신감 넘치는 투구를 보여줬다. 비록 미국에게 지기는 했지만 어린 투수들이 정말 값진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미국 투수들의 투구도 인상 깊었다. 선발투수로 나선 닉 마르티네스(30)는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빠른 공과 스플리터가 매우 위력적이었다. 한국 타자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제구와 구위가 완벽했다.
↑ 지난 31일 미국과의 경기에서 0.2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투수 김진욱. 사진(일본 요코하마)=천정환 기자 |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타자들이 조금 더 분발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생소한 투수들을 공략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남은 경기를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타선의 힘이 꼭 필요하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들만 모인 만큼 조금씩 제 기량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게 지면
미국전 패배를 전화위복 삼아 메달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