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웠다. 어려운 경기지만 승리해서 다행이다. 앞으로 경기력이 올라올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29일 열린 이스라엘전은 접전이었다. 연장까지 가서 6-5로 이기긴 했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
선발 원태인(21·삼성 라이온즈)부터 얘길하고 싶다. 시작은 좋았다. 1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시작이 좋았다. 다만 2회부터는 장타를 허용했고, 3회 투런 홈런을 맞았다. 원태인을 비롯, 이날 등판한 한국 투수들이 삼진을 많이 잡긴 했지만, 냉정히 봤을 때 이스라엘 타자들의 정교함은 떨어졌다. 정교함 대신 힘 있는 타자들이 많았다.
↑ 29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오프닝 라운드 B조 이스라엘과 대한민국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무사 1루에서 대한민국 원태인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사진(일본 요코하마)=천정환 기자 |
이날 원태인의 볼배합은 직구, 변화구 모두 스트라이크 존 안에서 노는 공들이 많았다. 이런 피칭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타이트한 상황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 유인할 때는 확실하게 유인하는 게 좋다. 볼을 보여주는 게 좋은데, 직구나 변화구 로케이션이 비슷비슷했다.
사실 이날 원태인의 구위는 국내에서 던질 때보다는 위력적이지 않았다. 체인지업을 제외하고, 직구, 슬라이더, 커브가 다소 밋밋했다. 그런 상황에서 승부를 들어가다가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나마 벤치의 빠른 교체가 효과를 발휘했다. 두 번째 투수 최원준(27·두산 베어스)도 3이닝 2실점, 투런홈런을 맞았다. 다만 구위는 괜찮았고, 바깥쪽, 몸쪽 승부를 적절히 하다가 슬라이더가 덜 꺾이면서 홈런을 맞았는데,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최원준 교체 시점을 더 빨리 잡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해본다.
한국 투수들 중에는 조상우(27·키움 히어로즈)의 패턴이 가장 나았다. 원래 공격적인 스타일인데, 이날은 볼배합이 신중했다. 사실 원태인이나, 최원준 모두 조상우 패턴으로 던졌으면 나았을 것이다. 숏바운드성 볼을 보여주고, 하이볼을 섞어주는 패턴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타이트한 상황에서는 그렇게 볼배합을 가야 한다.
오승환(39·삼성)은 2이닝을 잘 던졌는데, 9회초 동점 홈런은 아쉬움이 남는다. 바깥쪽 하이볼 코스에 홈런을 내줬는데, 마무리 투수라면 더 신중하게 승부했어야 한다. 물론 홈런 이후 피칭 내용이 확 바뀌면서 결과가 좋았다. 변화구 비중을 늘리고, 몸쪽 직구를 과감히 던진 게 초반부터 나왔으면 안정적인 경기 마무리를 했을 것이라고 본다.
초반에 타자들이 이스라엘 투수들에게 고전했는데, 사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수와 비교하면 수준이 떨어지는 투수들이다. 올림픽 초반이라 그런지, 몸이 덜 풀린 느낌이었다. 한국 타자들 수준이라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투수들이었고, 결과적으로 승리를 했으니, 공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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