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김경문 감독의 뚝심은 통했다. 흔들렸던 오승환 카드를 밀어 붙인 것이 결과적으로 성공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29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 B존 오프닝 라운드에서 승부치기 까지 가는 접전 끝에 6-5로 신승을 거뒀다.
드라마의 중심엔 오승환이 있었다. 비록 세이브에는 실패했지만 승부치기라는 엄중한 상황을 이겨내는 배짱투를 선보였다.
↑ 오승환이 9회 동점포를 허용한 뒤 분한 듯 이를 악물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요코하마(일본)=천정환 MK스포츠 기자] |
출발은 좋았다. 첫 타자 게일런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세를 올렸다.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 라반웨이에게 던진 높은 공이 통타 당하며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다 잡았던 승리가 눈 앞에서 날아간 순간이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베테랑이었다.
국제대회에서 9회에 동점포를 맞으면 이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후 두 타자를 잘 막아내며 역전까지 내주지는 않았다.
한국이 9회말, 득점에 실패하며 승부는 연장 승부치기로 돌입했다.
무사 1,2루 상황에서 경기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 투수에겐 엄청난 중압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또 오승환이었다. 9회에 홈런을 맞기는 했지만 오승환 이상의 경험을 가진 투수는 없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였다.
예감은 적중했다.
오승환은 첫 타자 글래서에게 번트를 내주지 않은 뒤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버챔마저 삼진을 잡아내며 2아웃을 빠르게 만들었다.
다음 타자는 이날 선제 투런포의 주인공 킨슬러. 하지만 오승환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몸쪽 꽉 차는 패스트볼 승부로 킨슬러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매조졌다.
그리고 한국이 10회말 연속 몸에 맞는볼이 나오며 끝내기 밀어내기 사구로 승리를 거뒀다.
역설적으로 승부치기가 투수들에게 얼마나 심한 압박인지를 엿볼 수 앴는 대목이었다.
김경문 감독의 승부수는 마지막 순간에 통했다. 끝까지 오승환을 믿으며 중요한 첫 경기를 잡았고 앞으로도 오승환을 믿음직하게 쓸 수 있는 기회까지
김경문 감독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좌투수 이와세에게 좌타자 김현수를 대타로 붙이는 뚝심 있는 승부수로 경기도 잡고 선수도 살리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본 바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오승환을 끝까지 믿은 것이 큰 소득이 돼 돌아왔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