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역도 영웅 하이딜린 디아스(30)가 조국에 올림픽 출전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던 그의 인생도 두둑한 포상금으로 한 방에 역전됐다.
디아스는 지난 26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55kg급 A그룹 경기에서 인상97kg, 용상 127kg, 합계 224kg를 들어 올리고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기록이 걸린 용상 3차 시기에서 127kg를 들어올리는 순간 디아스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이는 필리핀이 올림픽에 참가한 1924년 이후 무려 97년 만에 나온 첫 금메달이었다. 복싱과 역도 종목에 집중하는 필리핀은 올림픽에서 첫 은메달도 (남자 복싱 페더급)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나왔다. 디아스가 이날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 필리핀은 올림픽에서 은메달 3개(동 7)를 땄는데, 이중 하나는 디아스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획득한 것이다.
디아스는 이미 필리핀 내에선 영웅이었다. 가난한 가정의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생계를 위해 농부·어부 등 많은 직업을 전전했고 역도에서 재능을 찾아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그의 인생은 단막극으로 제작될 정도였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기도 쉽진 않았다. 훈련 경비가 없어 대기업 등 후원자들을 찾아다니며 지원을 요청해야 했고 전지훈련을 말레이시아로 떠났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체육관 출입을 통제당했다. 디아스는 그렇게 수개월 동안 좁은 공간에서 역기를 들어올리며 자신의 세번째 올림픽에서의 금메달 꿈을 키웠다. 디아스는 "당시 힘들었지만 신이 준 모든 역경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우리
모든 역경을 이겨낸 디아스에겐 달콤한 열매가 기다리고 있다. 필리핀 정부와 기업들은 디아스에게 3300만페소(약 7억5000만원)의 포상금과 집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용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