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도쿄행 막차에 탑승한 열아홉 소년이 야구대표팀 최고의 비밀병기로 거듭나고 있다.
김경문(63) 감독이 이끄는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은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평가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내용과 결과만 놓고 본다면 졸전이라는 말이 따라붙어도 할 말이 없었다. 야수들의 타격감은 좋지 않았고 선발투수 자원인 박세웅(26, 롯데 자이언츠)은 제구 난조 속에 3이닝 2실점(1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 지난 17일 첫 소집훈련에서 김경문(왼쪽) 감독과 인사하고 있는 올림픽대표팀 투수 김진욱. 사진=김영구 기자 |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김진욱은 기대했던 것보다 공이 더 좋았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볼 땐 굉장히 좋은 공을 던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진욱은 당초 지난달 16일 발표된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엔트리 발표 전까지 7경기(4선발) 1승 3패 평균자책점 9.00에 그쳤고 자연스레 올림픽 출전이 무산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대표팀 주전 2루수가 유력했던 NC 다이노스 박민우(28)가 소집 직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낙마하는 변수가 생겼고 김 감독은 대체 선수 선발에서 김진욱을 깜짝 발탁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진욱의 대표팀 승선은 여러 논란이 있었다. 전반기 막판 보직을 불펜으로 전환한 뒤 임팩트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건 사실이지만 시즌 성적은 17경기 29이닝 평균자책점 8.07 2승 5패 1홀드로 국가대표 투수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진욱은 비록 평가전 단 한 경기지만 자신을 향하는 물음표를 어느 정도 지워내는데 성공했다. 스스로도 “일본에 가면 공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 감독도 김진욱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 중이다. 김진욱은 “감독님께서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자신 있게 하라고 말씀해 주신다”며 “하이파이브도 먼저 해 주시고 제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시려고 하신다. (내 공이) 가운데 던져도 타자들이 못 치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격려해 주셔서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고 있는 베테랑 포수 양의지(34, NC 다이노스)도
김진욱은 “양의지 선배님이 저는 다른 공을 던질 필요 없이 직구만 던지면 될 것 같다고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며 “양의지 선배랑 호흡을 맞추면서 내가 개선할 점이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많은 걸 물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고척(서울)=김지수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