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22.키움)은 늘 조심스러웠다. 물집이 잡혀 조기 강판한 날에도 자신의 물집 잡힌 사진이 외부에 공개되는 걸 원치 않았다.
늘 원죄가 그를 짖누르고 있었다. 고교 시절 학교 폭력에 연루됐다는 죄의식이 늘 그를 조심스럽게 만드는 듯 했다.
자연스럽게 대화는 야구 이야기로만 채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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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우진이 학교 폭력에 이어 음주 파문으로 두 번째 징계를 받았다. 야구가 재밌다던 야구 소년의 이미지는 모두 깨지고 말았다. 사진=MK스포츠 전문기자 |
안우진은 그런 야구가 "참 재미 있다"고 했었다.
많은 고민을 안겨주지만 그 문제를 해결했을 때 그 이상의 기쁨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우진은 늘 부족함을 느낀다고 했었다. 한 가지 문제를 풀어낸 것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남기면 "아직도 해결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우진의 진심이 믿어지게 됐다. 그 나이에 그 만큼 진지하게 자신의 공에 대해 공부하는 선수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잘못을 야구로 씻을 수는 없지만 야구를 잘 해서 그로 얻어지는 것들을 좋은 일에는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안우진은 야구에 관해서는 자신이 세운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는 선수였다.
대표적인 예가 평균 150km가 넘는 선발 투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냥 150km만 넘겨도 광속구로 대우를 받는다. 경기 당 한,두개만 찍어도 상대에겐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안우진은 150km 이상을 꾸준히 찍는 선발 투수가 목표라고 했다. 불펜에선 짧은 이닝만을 소화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150km를 넘겼지만 체력 관리를 해야 하는 선발이 된 뒤엔 생각처럼 쉽게 구속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그 안에서 해법을 찾았다. 힘의 누수를 줄이는 메커니즘으로 던지면 신기하게도 이닝이 거듭돼도 구속이 떨어지지 않고 유지됨을 발견했다.
그 작은 것 하나를 발견하고 정말로 기뻐하던 안우진의 메시지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안우진은 팬들의 시선을 대단히 많이 의식했다. 핑계를 대고 싶어하지 않았고 값싼 동정을 얻는 것 처럼 보이는 행동도 하지 않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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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우진이 물집 부상을 당했을 당시 사진. 제법 상처가 컸지만 팬들에게 핑계를 대는 것 같아 공개하지 않기를 원했었다. |
그러나 그렇게 쌓인 신뢰는 단 한 번에 무너졌다. 수원 숙소를 이탈해 서울까지 올라와 여성들과 밤샘 술판을 벌였다는 뉴스에 다리에서 힘이 풀리고 말았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진심으로 노력하는 선수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일탈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실망이라는 단어 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생겼다.
기사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도 원치 않았던 안우진이다. 그러다 할머니 생신을 맞아 등판한 경기서 승리를 하자 어린 아이 처럼 좋아 하며 많은 기사가 나오길 바라던 모습에선 천진난만함까지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 역시 진심이 믿어지지 않게 됐다. 이번 음주 파문은 그에게 또 한 번 많은 것을 앗아갔다. 너무나도 큰 사건을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두 차
편 든 적도 없지만 그를 다시 믿게 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야구가 즐겁다던 안우진. 도대체 무슨 스트레스가 있었기에 원정 술자리에 끼는 우를 범한 것일까. 믿음이 무너져내린 자리엔 불신과 원망만이 자리를 하고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