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일 실행 위원회를 열고 2021 올스타전 취소를 결정했다. 이와 함께 라이징 영스타와 국가대표팀의 평가전도 없던 일이 됐다.
KBO는 2021 올스타전 개최에 강한 의지를 보였었다. 성공적인 KBO 방역의 상징으로 올스타전을 치른다는 계획이었다.
처음 코로나 음주 파문이 생겼을 때만 해도 올스타전만큼은 지키려고 했다.
↑ 몇몇 선수의 일탈에서 시작된 코로나 음주 파문이 한국 야구에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공식적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되며 방역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취소 이유로 설명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NC에서 촉발된 코로나 음주 파문이 원인이다. NC발 코로나 음주 파문 이후 팬심은 싸늘하게 식었고 팬들의 응원 없이는 존재의 이유가 없는 올스타전은 열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올스타전 취소는 단순히 하루 잔치를 열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KBO가 2021 올스타전을 그 어느 때 보다 개최 의지를 꺾지 않은 것은 올스타전이 KBO 방역 성공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방역 단계가 상향 조정 됐지만 올스타전 만큼은 안전하게 치를 수 있다고 자신 했었다. 그만큼 촘촘하게 방역 그물을 쳐 두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크나 큰 오산이었다. 선수들의 일탈은 일반의 상식을 크게 뛰어 넘었다. 경기를 앞두고도 여성들과 어울려 새벽까지 음주를 하며 방역 수칙을 어겼다.
선수들의 음주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성인으로서 책임질 만큼의 음주를 하는 것은 프로야구 선수라도 용인 돼야 한다. 적당히 알아서 술 마시는 건 죄가 아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건 상식의 문제이고 인성의 문제다.
전 국민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시름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나라 전체가 멈춘 듯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방역망이 뚫리지 않게 하기 위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 시간에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들은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 같았다. 모이지 말라는 시간에 모이지 말라는 인원이 모여 술판을 벌였다.
NC만의 일탈이 아니었다. 키움과 한화 등 엮이는 구단들이 줄줄이 나왔다.
이 사건이 아니라 다른 곳, 다른 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팬들의 실망은 극에 달했다. 이제 야구를 끊겠다는 분노가 들끓었다.
차갑게 식은 팬심은 결국 올스타전이라는 축제를 멈추게 만들었다.
올스타전은 팬과 선수가 단 하루, 승.패를 내려 놓고 함께 즐기는 행사다. 고마운 팬들에게 모처럼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는 잔치다. 그러나 선수들의 일탈로 도저히 경기를 열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1년에 한 번뿐인 축제를 망친 것에 그치지 않는다. 믿음과 기대가 사라진 자리를 대신할 무언가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코로나 음주 관련 사건 때문에 국가 대표팀의 올림픽 준비 과정은 주요 뉴스로 다뤄지지도 못하고 있다. 선수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져 있는 상태다. 금메달을 따도 죄인이 된 심정으로 귀국해야 할 판이다.
더 두려운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경찰 조사를 통해 또 무슨 일탈 행동이 밝혀질지 알 수 없다. 리그가 재개된 뒤 팬심을 어떻게 돌려놓아야 할지도 계산이 서지 않는다.
야구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고 선수들에 대한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어떻게든 안타 하나 삼진 하나를 잡기 위해 상상 이상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선수들에 대한 기대는 바람에
모두 몇 몇 선수들의 일탈에서 시작된 파국이다.
과연 주동이 됐던 선수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처참해진 야구의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탈'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다 담기 힘든 최악의 상황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