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는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2위 요미우리를 2경기차로 앞선 선두. 16년만의 리그 우승의 좋은 기회를 잡았다.
그 중심엔 야노 감독의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다. 야노 감독은 '전원 야구'는 벤치 멤버까지 풀로 동원해 하나의 팀으로 이겨나가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 야노 한신 감독(맨 오른쪽)이 지난 6일 야쿠르트전서 사인 훔치기 논란이 불거지자 다카쓰 야쿠르트 감독(맨 왼쪽)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신 SNS |
2019시즌 한신 지휘봉을 잡은 야노 감독은 그 해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엔 2위를 차지하며 순위를 끌어 올렸다.
올 시즌 성과가 가장 좋다. 아직 전반기가 끝났을 뿐이지만 1위로 반환점을 돌며 우승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이다. 올 시즌은 3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다.
한국 프로야구였다면 벌써부터 연장 게약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우승 팀 감독은 계약 잔여 기간에 상관 없이 대폭 인상된 금액에 재계약을 맺는 것이 한국 프로야구의 전통 처럼 됐다. 성적이 난 감독에 대해서는 확실한 보상을 하는 것이 한국 프로야구다.
일본 프로야구, 특히 한신과 요미우리 등 일부 명문 구단으로 불리는 구단들은 이런 분위기가 성립되지 않는다. 성적과 상관 없이 용퇴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신은 이전 가네모토 감독이 연임이 유력하게 논의 됐으나 계약 마지막 해 시즌 막판, 팬과의 다툼이 문제가 돼 재계약에 실패한 역사가 있다.
한신의 모회사는 안심.안전이 제일인 전철회사다. 도덕적 헤이나 고객의 불만에 엄격한 문화가 형성돼 있다. 세상 사람들의 평가에 많은 신경을 쓴다.
야노 감독은 지난 야쿠르트전에 있었던 사인 논란 당시 행동이 문제가 됐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6일 진구 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와 경기 도중 사인 훔치기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의 장면은 5회에 일어났다.
한신이 4점 리드한 5회 2사 1, 2루. 마운드는 야쿠르트 다구치가 서 있었다. 2루 주자는 치카모토, 타석에는 사토가 들어서 있었다. 다구치가 사토에게 초구를 던지기 직전 2루 주자 치카모토는 리드를 잡으며 왼손을 바로 옆으로 뻗었다.
일단 뻗은 왼팔을 내리고 왼손을 무릎에 올려놓은 뒤 왼팔을 두 차례 2루 베이스 방향으로 움직였다. 포수인 고가는 인코스 하이존에 미트를 대고 있었다. 이에 전달 동작으로 보이는 치카모토의 행위에 의심의 눈길이 갔다.
이 행위에 대해서 3루수·무라카미가 왼손에 낀 글러브를 치카모토를 향하며 심판에게 어필했다.
그러자 한신 벤치로부터 무라카미를 향해서 야유가 날아들었다.
심판이 한 번 경기를 멈추었고 야노감독의 항의가 있었다. 야노 감독의 항의가 끝나자 다카쓰 야쿠르트 감독도 벤치에서 나와 백네트 앞에서 심판진과 협의. 두 감독 모두 열을 올리며 치열하게 싸웠다.
당시 야노 감독은 야쿠르트 3루수 무라카미에게 "할 리가 없어, 바보!"라고 큰 소리로 야유를 보냈다. 또한 적장인 다카츠 감독에게도 입가에 거품을 물고 논쟁을 벌였다.
한신 구단 관계자는 "무라카미에 대한 폭언은 어른스럽지 않았다. 의심스러운 행위를 한 쪽은 어디까지나 우리였다. 사인 도둑질을 하지 않았다면 침착하게 대응했어야 한다"고 지적 했다.
닛칸 겐다이에 의하면 이 사인 훔치기 논란 과정에서 나왔던 야노 감독의 행동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본사 내부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에 하나 야노 감독이 재계약에 실패한다면 이날의 사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위 감독도 재계약을 확신할 수
성적만 나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인정 받는 한국 프로야구 문화와는 차이가 엿보인다. 우리도 한 번쯤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