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MVP 출신으로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에 이적한 멜 로하스 주니어(31)가 최악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로하스는 12일 경기 후 2군행을 통보 받았다. 올 시즌에만 벌써 두 번째 2군행이다.
지난 2일 전격적으로 1군에 콜업 됐지만 두 경기만에 벤치 멤버로 물러났다. 1군에 있는 기간 동안 16타수 3안타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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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하스가 패스트볼에 적응하지 못하며 일본 야구 적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한신 SNS |
바로 지난 해 KBO리그서 타율 0.349 47홈런 135타점을 기록했던 위용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한국에서의 성적을 바탕으로 기대를 품었던 한신 관계자들도 이제는 등을 돌리고 있다.
어쩌다 로하스가 이렇게 무너진 것일까.
우리는 쉽게 일본 프로야구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KBO리그 출신 선수들이 일본 프로야구의 집요한 변화구 승부에 맥을 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예단한다. 집중 견제를 받기 때문에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도 하게 된다.
특히 각도 큰 포크볼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보다 제구가 좋고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기 때문에 주로 변화구에 약점이 생겼을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로하스는 다르다. 일본의 패스트볼에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 중의 기본부터 무너진 탓에 대책이 서지 않을 정도다.
일본 프로야구의 구속은 우리나라보다 빠르다. 150km를 넘기는 투수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로하스가 구속 차이에서 약점을 보였다고 보긴 어렵다. 그동안 그가 상대한 투수들 중 구속으로 일본 프로야구에서 인정 받는 투수는 몇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의 스피드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패스트볼 공략 타율은 큰 차이를 보였다.
로하스는 2020시즌 KBO리그서 패스트볼 타율 0.319를 기록했다. 놀라운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 대처가 잘 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진출 후 패스트볼 공략 타율이 0.175로 크게 떨어졌다.
일본 투수들은 특별히 로하스에게 변화구를 많이 던지지 않았다.
51타수 중 무려 23타수가 패스트볼이었다. 변화구 중 두 자릿수를 기록한 변화구는 하나도 없었다.
결국 로하스는 기본인 패스트볼 공략부터 막히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야노 한신 감독은 로하스에 대해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는다. 지금 스윙으로는 외국인 타자다운 압도감 있는 타격을 하기 어렵다.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혹평한 바 있다.
딱히 반론을 찾기 어려운 지적이다. 패스트볼 공략도 원활하게 못해내고 있기 ??문에 전체적인 성적이 하향 곡선을 그릴 수 밖에 없다.
물론 변화구 적응력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체인지업, 커브, 컷 패스트볼, 역회전 볼, 스플리터, 슬라이더, 투심 패스트볼, 포크볼 중 로하스가 안타를 친 구종은 체인지업 하나였다. 나머지 변화구에는 모두 손도 제대로 대지 못했다.
출발선인 패스트볼이 무너지다 보니 다른 변화구에는 승부를 걸 엄두도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견제도 따로 받지 않았다. 강타자가 많이 포진된 한신 타선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의 견제를 분산 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로하스도 그 덕을 볼 수 있었다.
결국 승부는 다시 패스트볼부터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볼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우다 보면 밸런스와 타이밍이 맞아 들어갈 수 있다.
이것 저것
모든 타격의 시발점인 패스트볼에서 길을 잃어버린 로하스. 빠른 공에 대한 대처능력부터 키우며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