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시즌 6승을 거둔 박민지. [사진 제공 = KLPGA] |
2017년 데뷔한 이래 지난 해까지 '1년에 1승'을 거두던 평범한 선수가 갑자기 '대세 골퍼'가 된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그 첫번째가 강철 멘탈이다.
박민지의 어머니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 여자 핸드볼 대표 선수로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건 김옥화 씨다. 딸에게 늘 자신감 넘치는 경기를 주문했던 어머니는 "멘탈은 공부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극복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강해진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했다. 딸은 압박감 속에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면서 그 의미를 알게 됐다. 박민지는 처음 골프를 할 때만 해도 자존감이 무척 낮은 선수였다. 우승은 물론 앞으로 그가 넘어야 할 것들에 대한 불안감이 무척 컸다. 하지만 자신 앞에 버티고 있는 산을 하나둘 정복해 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강철 멘탈을 얻게 됐다.
골프를 즐길 줄도 알게 됐다. 대보 하우스디오픈에서 시즌 6승째를 거둔 뒤 "쉽게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한 번씩 보기가 나왔다. 17번홀에서 보기가 나왔을 때도 그냥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잘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마지막 홀에 갔다.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게 스스로도 신기하다"고 했다. 자신에게 가장 큰 적으로 꼽은 '(불안한) 마음'을 다스릴 줄도 알게 된 것이다.
'평범한' 박민지를 '위대한' 박민지로 변화시킨 두번째 힘은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이다. 어머니는 아직도 어릴 때부터 심하다 싶을 만큼 체력 훈련을 시킨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할 정도다. 키 160㎝로 그다지 큰 편이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준비했던 체력이 드디어 올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겨울 박민지는 단내 날 정도의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매일 2시간씩 턱걸이, 달리기, 푸시업 등 운동을 하면서 아예 근육통을 달고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덕에 근육이 붙고 거리도 늘었고, 나흘간 경기를 해도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을 갖추게 됐다. 예전에는 선두에 있어도 자신감이 없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자신감이 붙고 불안해 하지도 않게 됐다.
압도적인 박민지의 승률을 만든 예상외의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코로나 19 확산 영향으로 이동이 극히 제한된 프로골프대회 분위기다.
작년만 해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던 한국여자골퍼들이 대거 국내 무대에 머무르면서 토종 선수들의 상금 획득 기회가 많이 줄어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들이 아예 국내 대회에 출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KLPGA투어에도 박민지의 경쟁자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장하나와 박현경 둘 정도가 박민지와 주요 부문에서 경쟁을 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3년 연속 대상을 노리는 최혜진이 극심한 난조에 빠진 것도 박민지의 독주 배경이 되고 있다.
최근 몇년의 평균 타수만 분석해 봐도 다른 선수들이 박민지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현재까지 박민지의 평균타수는 69.45타다. 물론 1위다. 10위인 이소미의 평균 타수(71.31타)보다 무려 1.86타나 낮다.
지난 해의 경우 1위 김효주(69.56타)와 10위 이소미(70.81타)의 타수 차이는 1.25타에 불과했다. 1위와 10위 평균타수 차이는 2019년 0.66타, 2018년 0.96타, 2017년 1.13타로 올해보다 훨씬 작았다. 경쟁자들의 경기력이 최근 몇년 중 올해가 가장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최혜진의 경우 2018년 70.18타(2위), 2019년 70.45타(1위), 2020년 70.17타(3위)로 절정의 샷감을 자랑했으나 올해는 71.51타(13위)로 샷이 갑자기 무뎌졌다.
반면 박민지는 2017년 71.47타(16위), 2018년 70.60타(8위), 2019년 71.11타(5위), 2020년 70.
6승 후 자신감이 하늘을 뚫은 박민지는 "메이저 대회든 아니든 상관없다. 최대한 승수를 쌓아서 KLPGA 최다승을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당차게 말했다. 시즌 최다승은 신지애가 2007년 기록한 9승이다. 이제 그 고지까지 3승만 남았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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