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만만찮은 전력을 갖추고 있다. 현지에서 전력 분석을 했던 기존 대표팀도 신.구 조화가 잘 이뤄져 까다로운 팀으로 여겨졌다. 여기에 일본 프로야구 톱 클래스 선수가 3명이나 뽑혔다. 더욱 어려운 상대가 됐다. 당장 예선리그 미국전이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다."
김경문 됴쿄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 감독이 한 말이다. 예선리그서 같은 조에 속해 있는 미국이 우선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일본이다. 그러나 일본을 꺾기 전에 우선 미국부터 제압을 해야 한다.
↑ 이정후(왼쪽)와 강백호가 미국의 한국전 표적 선발을 넘을 수 있는 키 플레이어로 꼽히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등판시킬 선발 투수에 대한 정보가 중요한 이유다.
미국은 한국전 표적 선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공은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외국인 에이스 닉 마르티네스(30)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르티네스는 미국 대표팀 구성 당시부터 한국과 예선전에 선발 등판이 유력했다.
마르티네스는 일본 프로야구 4년차 투수다. 닛폰햄서 3년을 뛰었고 올 시즌 소프트뱅크로 이적했다. 그리고 도쿄 올림픽 미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뽑혔다.
올 시즌 성적이 대단히 좋다.
모두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7승2패, 평균 자책점 2.03을 기록 중이다.
일단 평균 150km가 넘는 광속구를 던진다. 여기에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던진다.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이 0.088에 그칠 정도로 놀라운 위력을 뽐내고 있다.
이 밖에 컷 패스트볼도 주요 구종으로 활용하고 있으며(피안타율 .230) 각도 큰 너클 커브(피안타율 0.313)도 던진다. 투심 패스트볼(피안타율 0.179)로 우타자의 몸쪽도 공략한다.
커터와 투심을 모두 던지기 때문에 땅볼 유도를 많이 할 수 있는 유형의 투수다. 여기에 최강의 체인지업을 보유하고 있어 완급 조절에도 능하다 할 수 있다.
결국 승부처는 체인지업이 될 전망이다. 마르티네스의 체인지업을 얼마나 공략할 수 잇느냐가 승부의 포인트다.
우리 대표팀의 이정후(23)와 강백호(22)에게 기대는 바가 큰 이유다. 둘은 우투수가 던지는 체인지업에 특별한 강점을 갖고 있는 타자들이기 때문이다.
우투수가 던지는 체인지업은 좌타자의 바깥족에서 주로 변화를 일으킨다. 패스트볼처럼 날아오다 타자 앞에서 힘이 풀리며 밑으로 떨어진다.
집중력이 보통 좋지 않고서는 이 체인지업에 쉽게 당할 수 있다. 또한 몸쪽 볼 존에서 몸쪽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지는 백 도어성 체인지업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이정후와 강백호는 우투수가 던지는 체인지업에 강점을 갖고 있는 타자다.
이정후는 체인지업 타율이 0.371이나 된다. 체인지업에 좀처럼 헛스윙을 하지 않고 잘 따라가 타격해 좋은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강백호도 체인지업 타율이 나쁘지 않다. 강백호의 체인지업 타율은 0.317이다. 몸 앞에 가져다 놓고 때려내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체인지업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남은 경기와 평가전에서 이정후와 강백호의 체인지업 대처 능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우투수의 체인지업에 좋은 감을 보여준다면 마르티네스를 상대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체인지업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올림픽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우리 나라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투수 중에는 두산 로켓이 가장 유사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로켓도 체인지업을 자유 자재로 구사한다. 로켓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0.229에 불과하다.
그런 로켓에게 이정후와 강백호 모두 강했다. 이정후는 5타수2안타로 0.400의 타율을 기록 중이고
이번 대표팀은 이정후와 강백호에게 기대는 바가 크다. 일단 미국전 돌파를 위해서도 두 선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과연 이정후와 강백호가 체인지업 상대 강세를 이어가며 마르티네스의 미국까지 넘어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