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났다. KIA가 드디어 공격형 포수를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KIA는 11일 큰 악재를 겪었다. 주전 포수 2명이 잇달아 코로나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며 팀에셔 격리된 것이다.
급하게 2군에서 포수를 불러 올려 11일 광주 KT전을 치러야 했다. 그야말로 근심이 가득했다.
↑ KIA 신인 포수 권혁경은 팀 내 귀한 공격형 포수 자원이다. 사진=KIA 타이거즈 |
투런 홈런을 친 최형우, 선발 5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진 이의리 등 히어로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드러나진 않았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탠 선수가 있었다. 포수로 선발 출장한 권혁경(19)이 주인공이었다.
권혁경은 2021시즌 2차 4라운드, 전체 34순위로 입단한 신인 포수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맞게 된 1군 안방도 나름 튼실하게 잘 버텨냈다. 같은 신인인 이의리를 잘 리드했고 황재균의 도루까지 저격하는 어깨를 자랑했다.
떨리고 정신 없었을 수도 있지만 불안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수비에서 크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KIA가 주전 포수 전원 이탈이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한 이유였다.
권혁경은 KIA엔 없는 유형의 포수다. 타격 능력이 탑재돼 있는 포수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KIA 안방은 수비형 포수들의 차지였다. 이홍구 백용환 등 타격에 장점이 있던 포수들은 모두 트레이드 됐다. 1군에 남은 선수들은 모두 수비에 방점이 찍혀 있는 선수들이었다.
때문에 KIA 포수 자리는 늘 타선에서 구멍 노릇을 했다. 포수의 공격력으로 다득점을 노리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됐다.
타격 능력이 있는 포수를 보유한 팀은 공격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다른 팀에서 대부분 수비에 치중된 선수들이 많이 마스크를 쓰기 때문이다. 공격형 포수가 있으면 타 팀과 타격에서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2군에 있던 권혁경은 다르다. 고교 시절부터 타격 능력을 인정 받았다. 특히 거포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KIA엔 없는 유형의 선수였다.
실제 2군에서도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12일 현재 2군 성적은 타율 0.302 3홈런 9타점이다. 장타율이 0.500이나 될 정도로 한 방 능력을 인정 받고 있다. 출루율도 삼진이 많은 것에 비하면 나름 선전하고 있는 0.365를 찍고 있다.
물론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은 타자다. 볼넷 7개를 얻는 동안 삼진을 무려 26개나 당했다.
그러나 많은 삼진은 거포의 훈장 중 하나일 수 있다.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스윙은 장점으로 꼽힌다.
1군 첫 경기서도 세 타석 내리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첫 안타의 기쁨은 뒤로 미뤄야 했다. 하지만 권혁경이 거포형 포수로 성장할 수 있음을 확인한 한 판이기도 했다.
A팀 스카우트 관게자는 "권혁경은 고교 시절부터 타격 능력을 인정받은 포수였다. 포수로서 아직 갖춰야 할 것들이 많지만 포구 능력이나 송구 능력은 고교 시절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비의 기본은 돼 있는 선수라 할 수 있다. 공격력은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고교 시절에도 홈런을 제법 쳐냈다. KIA가 어떻게 키워내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주전급 포수가 갑자기 빠져 나갔지만 그 사이 새로운 선수를 써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기존의 수비형 선수가 아닌 공격형 포수의 등장이다. KIA가 한숨만 쉬고 있을 까닭이 없는 이유다.
권혁경이 수비에서 약점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면 그의 방망이를 기다려줄 수 있는 시
많지 않은 기회에서 권혁경이 자신의 존재감만 확인시킨다 해도 KIA엔 큰 소득이 될 수 있다. 권혁경에겐 이 시간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권혁경이 그렇게 순리대로 성장해 준다면 KIA는 큰 보물을 얻게 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