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는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진행형입니다.”
거의 두 달 만에 똑같은 질문을 김민우(26·한화 이글스)에게 물었다. 미소를 띤 김민우의 대답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젠 누가 뭐래도 독수리 군단의 에이스다. 김민우는 10일 인천 SSG전에서 6이닝 2피안타(1피홈런) 9탈삼진 3사사구 1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3-1로 승리, 이날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9승(5패)째다,
↑ 10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1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벌어졌다. 6회 말 2사 만루에서 한화 선발 김민우가 SSG 로맥을 삼진으로 처리한 후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
6회까지 딱 100개의 공을 던졌다. 직구 최고구속이 145km까지 나왔다. 물론 포크볼이 빛을 발했다. 100구 중 가장 많은 45구가 포크볼이었다.
위기에서도 포크볼로 승부를 펼쳤다. 2-1로 앞선 6회말 SSG 공격 때 김민우는 2사 1루에서 최주환과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고, 추신수에게도 풀카운트에서 던진 6구가 볼이 됐다. 만루에서 만난 타자는 2회 홈런을 내줬던 로맥이었다.
이날 경기의 백미가 로맥과 대결이었다. 초구와 2구 포크볼에 로맥이 헛스윙을 하면서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로맥은 포크볼 2개를 연달아 골라낸 뒤 5구째는 커트했다.
6구 커브가 홈플레이트 한참 앞에서 떨어지면서 풀카운트가 됐다. 여기서 김민우는 다시 포크볼을 던졌다. 스트라이크존 모서리에 꽂힌 공을 바라보며 로맥은 볼을 확신했지만, 주심의 판단은 스트라이크였다. 실점없이 위기를 막았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던 김민우는 포효했다.
포수 최재훈도 김민우의 포크볼이 위력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경기 후 김민우는 “재훈이 형은 작년부터 계속 같이 해서 언제 뭘 던져야 할지 알고 있다. 같은 생각이었다. 나랑 재훈이 형이 생각한대로 했다. 분위기가 한번에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 위기였는데 선택할 수 있는 건 내가 갖고 있는 공 중에서 가장 자신 있는 공이었다. 그게 포크볼이었다. 연속 5~7개가 될지라도 자신 있는 공을 선택하는 게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맥이) 안 칠 것 같았다. 스트라이크를 던지고자 했다. 삼진을 잡고 감정을 표현한 건 처음이었다.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에 짜증 반, 넘겼다는 것에 좋은 것 반이었다”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팀도 연승을 했고, 좋지 않은 기억이 있던 인천에서 승리를 낚았다. 김민우는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었다. 인천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서 잘 던지고 승리를 챙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대표에도 승선하는 등 김민우는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독수리 군단의 토종 에이스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 10일 SSG전 승리 이후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한화 김민우. 사진(인천)=안준철 기자 |
그러나 이제는 에이스의 향기가 저절로 나는 김민우다.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그는 “재훈이 형이 시즌초반에 10승을 만들어준다며 장난을 쳤는데 전반기에 한 경기 정도 더
이제 한화 이글스의 자존심 그 자체인 김민우다. 에이스로 자리잡은 김민우의 호투에 한화가 웃는다.
[인천=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