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거다. '슈퍼 루키' 김진욱(19.롯데)이 가야 할 길을 보여준 투구였다.
김진욱은 4일 문학 SSG전서 4-4 동점이던 8회말 무사 1,2루서 마운드에 올랐다. 실점은 곧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
일단 첫 타자 김진욱은 첫 타자 최지훈은 희생 번트를 시도했지만, 롯데 3루수 한동희가 공을 재빠르게 3루에 던져 포스 아웃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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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 루키" 김진욱이 4일 문학 SSG전 8회말 1사 만루서 추신수와 최정을 내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명승부를 연출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김진욱은 데뷔 이후 이닝 당 1개 꼴로 볼넷을 내주고 있다. 불펜으로 나서는 그에게 볼넷은 더욱 치명적이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제구가 잡힐 수는 없다. 경험과 자신감이 쌓이다 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 수 있다.
대신 김진욱에겐 남다른 구위가 있다. 높은 타점에써 뿜어져 나오는 하이 패스트볼은 좀처럼 안타를 허용하지 않는다. 지산의 공을 믿고 볼넷을 머리에서 지우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2일 문학 구장에서 만난 A팀 전력 분석원은 "김진욱이 볼넷에 좀 더 당당해 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제구를 완벽하게 잡기는 힘들다. 불펜 투수이기 때문에 볼넷 1개도 상당히 신경쓰일 수 있겟지만 볼넷에 대한 부담을 지워버린다면 좀 더 좋은 투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 된다. 갑자기 제구력이 좋아질 수는 없다. 하지만 김진욱의 정면 승부를 이겨낼 수 있는 타자도 많지 않다. 볼넷을 신경쓰고 구속을 줄이는 등의 시도를 하는 것이 더 위험해 보인다. 자신의 구위를 믿고 정면 승부를 펼친다면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 한다. 우리 팀 전력 분석에도 불펜 투수 김진욱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대라고 나와 있다. 볼 끝의 힘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 하이 패스트볼에 위력이 배가 된다는 평가다. 김진욱이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은 이유"라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 경기가 풀렸다. 김진욱은 후속 타자 추신수와 최정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명승부를 연출했다.
김진욱은 초구 146㎞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안에 집어넣었다. 2구째도 146㎞ 직구였다. 추신수의 배트는 헛돌았다.
이후 볼 카운트 2-2에서 다시 한 번 빠른 공(146km)를 선택했고 추신수의 방망이는 다시 헛돌며 삼진으로 이어졌다.
최정은 3구 삼진으로 끝냈다.
초구를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잇달아 패스트볼 2개를 던져 삼진을 이끌어냈다.
경기 후 김진욱은 “빨리 끝내려 하다 보니 (지)시완이 형과 직구를 선택하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추신수 선배님도 다른 타자라고 생각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맞게 하려 했다. 직구 하나만 보고 갔다”며 “더그아웃에서도 이대호 선배님께서 ‘직구로 가는 게 좋다’고 했다. ‘맞더라도 직구로 맞아 봐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고 하셨다. 이전 경기부터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김진욱에겐 자랑거리가 됐다. 그는 “평생 친구들에게도 떠들 수 있는 이야깃거리일 것 같다. 기분 좋았다. 추신수 선배님 다음에 최정 선배님이 나오셨는데 2아웃 상황이었기에 1아웃 때와는 다르게 큰 부담은 없었다. 재미있는 경기였다”며 웃었다.
불을 끄자 선배들이 화답했다. 9회초 2점을 뽑아 롯데가 승리했다. 김진욱은 “내가 던지고 내려가니 (오)현택 선배님께서 ‘너무 고맙다’며 포옹해 주셨다. 그런데 나도 얼마든지 위기에서 주자를 남겨놓고 올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지 않나. 또 최현 대행님께서도 '깔끔하게 끝냈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 때문에 마음고생 심하신 이용훈 코치님께서도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고 전했다.
선발로 뛸 땐 141km대까지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졌던 김진욱이다. 하지만 이제 146km를 넘어가고 있다. 짧은 순간 5km의 구속 상승 효과를 보고 있다.
짧고 임팩트 있는 불
그러기 위해선 볼넷에 대한 부담을 줄여야 한다. 볼넷을 주더라도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면 된다는 배짱으로 투구하다 보면 경험과 자신감이 쌓일 수 있다.
4일 경기는 그런 김진욱의 출발점 이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