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승자 독식의 사회다.
잘 하는 사람에게는 한 없이 너그럽다. 하지만 한 번 약한 모습을 보인 사람은 다시 신뢰를 얻기 어렵다.
현재 한신 타이거스에서 주전 경쟁중인 제리 샌즈(34)와 멜 로하스 주니어(31)의 상황이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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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즈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실적이 증명 된 덕에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사진=한신 SNS |
샌즈는 4일 마쓰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히로시마와 원정 경기에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성적은 최상급이었다. 5타선 3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2볼넷을 기록했다. 무려 4출루 경기를 했다.
일본 언론은 6월18일 요미우리전 만루홈런 이후 14경기 48타석만에 홈런이라고 자세히 샌즈의 홈런을 소개했다.
눈길을 끈 것은 수비에 대한 기사였다.
샌즈가 펜스에 부딪히며 공을 잡은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지명 타자 제도가 없는 리그인 만큼 야수의 수비도 중요하다는 샌즈의 발언을 비중 있게 다루며 이 외국인 타자의 헌신에 감탄하는 논조의 기사를 실었다.
잠깐 미니 슬럼프를 겪고 있는 것도 '피로'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야노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의 의견이 피로로 모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때문에 샌즈가 2일과 3일 경기에 빠진 것도 부진이 이유가 아니라 휴식을 주기 위함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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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하스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아직 보여준 것이 없기에 보이지 않는 차별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한신 SNS |
콜 업 두 경기 만에 다시 벤치 멤버로 물러나 앉았다. 6회 대타로 나와 내야 안타를 쳤지만 기사 한 줄 나오지 않았다.
야노 감독은 로하스가 부진으로 첫 2군행을 지시한 뒤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했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국인 타자 다운 호쾌한 한 방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고 표현하고 있다.
같은 슬럼프의 이유도 샌즈는 '피로'라면 로하스는 '타이밍 문제'로 규정짓고 있다. 냉혹한 이중 잣대다.
샌즈는 지난해 일정 기량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에도 초반 좋은 타격감을 보이며 한신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실적이 있기 때문에 믿음도 가질 수 있다.
로하스에겐 이 실적이 없다. KBO리그에서 거둔 성적은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일 뿐이다. 일본 리그에서 만든 결과가 필요하다. 대 놓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로하스 스스로 이겨내는 수 밖에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