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찬(29.NC)과 이형범(27.두산)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 투수들이다.
모두 마무리 투수로서 빛나는 성과를 내며 팀의 뒷문을 책임졌던 투수들이다. 하지만 기간이 길지 못했다. 딱 1년이 전부였다.
이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마무리 투수로는 활용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너무나 빛나는 1년이었기에 추락이 더욱 극적으로 느껴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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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범(왼쪽)과 문경찬은 지난 2019년 혜성처럼 등장한 마무리 투수였지만 1년 반짝한 뒤 나란히 추락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스트라이크 위주의 공격적인 투구는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추락이 시작됐다. 2020년 문경찬의 성적은 승리 없이 5패10세이브11홀드, 평균 자책점 5.02에 머물렀다.
중간에 트레이드가 되는 아픔도 겪었다. NC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지만 부활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올 시즌에는 1패3홀드, 평균 자책점 6.52를 기록한 뒤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형범도 빛나는 시기를 가졌었다.
문경찬과 같은 해인 2019년 6승3패19세이브, 평균 자책점 2.66을 기록하며 두산의 뒷문을 잠궜다.
FA로 이적한 양의지의 보상 선수로 넘어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두산도 당분간 마무리 걱정은 하지 않게 됐다면 이형범을 반겼다.
주무기인 투심의 무브먼트는 상대의 방망이를 이끌어내면서도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이형범도 추락을 거듭했다. 지난해 27경기에 나서는데 그치며 평균 자책점 7.71을 찍었다.
올 시즌에도 부상이 겹치며 4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다.
둘의 케이스를 보면 한 명의 꾸준한 마무리 투수를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뼈 아프게 알게 된다. 꾸준하게 마무리 투수로 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왜 실패를 하게 된 것일까.
해답은 제구력에 있었다.
문경찬과 이형범의 공통점은 공이 빠르지 않다는 점이다. 140km대 초반이 평균 패스트볼 구속이다. 구위로 상대를 찍어 누를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제구력이 아주 완벽한 스타일도 아니라는 닮은 점이 있다. 핀 포인트 컨트롤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아직은 장착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정면 승부를 하다보니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1일 잠실 구장에서 만난 A팀 전력 분석 관계자는 "문경찬과 이형범은 모두 제구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구위가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고 상대가 낯설어 할 때는 공격적인 투구가 통할 수 있었다. 엇비슷하면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무작정 정면 승부를 할 수 있는 수준의 구위는 아니다 보니 시간이 흐르자 정면 승부가 맞아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뒤늦게 컨트롤로 승부수를 바꿔 보려 했지만 그 역시 맘 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압도적인 구위를 갖고 있지 않은 마무리 투수는 제구가 좋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처음 볼 때는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타자들이 더 이상 당하지 않는다. 적응이 끝나면 맞아나갈 수 밖에 없다. 오승환이 롱런을 할 수 있는 건 제구력이 있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전성기때도 구위도 좋았지만 제구력 또한 안정감이 있는 투수였다. 지금도 통하는 건 제구력 때문이다. 구위는 다소 떨어졌지만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타자와 승부를 벌인다. 오승환의 투구를 보며 많은 투수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승환이 최근 타자와 승부하는 모습은 많은 투수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제구력이 통해야 제대로 된 승부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첫 해는 낯설음이 영향을 미치며 통할 수 있었지만 상대가 대비가 된 뒤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줘야 했었다.
하지만 문경찬과 이형범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고 결국 실패를 맛보게 된 것이다.
앞으로는 제구에 좀 더 신경을 쓰며 변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문제가 드러났으니 답안지를 교체해야 할 때가 됐다. 옛 영광에만 사로잡혀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할 때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