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 온 먹튀 에이스' 야마구치(34.요미우리)를 바라보는 일본 야구 팬들의 시선이 복잡하다.
미국에서 돌아 와 잇단 호투를 하는 것을 반기면서도 야마구치가 너무 잘하는 것도 어딘지 찜찜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끼고 있다.
야마구치는 일본 복귀 이후 2경기 연속 호투를 했다. 6월23일 요코하마 DeNA전서는 5.2이닝 1실점, 6월30일 히로시마전서는 무려 8이닝을 던지며 1점만 내줬다. 2경기서 1승1패, 평균 자책점 1.32를 기록하고 있다.
↑ "돌아 온 먹튀" 야마구치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일본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요미우리 SNS |
요미우리는 하루가 급했다.
야마구치 복귀 당시 에이스 스가노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었다. 선발의 기둥으로 기대가 되는 야마구치다. 미국에서 귀국해 2주간의 자가 격리 기간을 거쳐 20일에 2군의 훈련에 합류했다. 그리고 단 사흘만에 1군 마운드에 서게 했다.
야마구치는 요미우리에서 뛰던 2019년에는 26경기에 등판해, 15승을 기록하는 등 리그 우승에 크게 공헌했다. 2019년 오프에 포스팅 시스템으로 요미우리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불펜으로 17경기에 등판해 2승 4패, 평균 자책점 8.06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635만 달러의 연봉 값을 전혀 못하며 먹튀 취급을 받았다.
이번 시즌은 트리플A에서 5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 6.17을 올리는데 그쳤다.
일본 Jcast 뉴스는 23일 "2년 만에 일본 야구계에 복귀한 야마구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한편으로 복잡한 심경의 팬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본 프로야구 관련 SNS에서는 "일본에서 야마구치씨의 투구 볼 수 있는 것은 즐거움", "오랜만의 선발이니까 타선 엄호 부탁합니다"등의 소리가 보이는 한편, "트리플A로도 이길 수 없는 투수에게 당하면 일본의 체면이..."라던가 "칠 수 없으면 마이너로부터...", "일본 야구계의 힘을 보여줘"라는 코멘트도 다수 올라와 있다.
Jcast 뉴스는 "야마구치는 메이저리그에서 미끄러지기 쉬운 공식구의 대응에 괴로워해 결과를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에이스 스가노가 빠진 지금, 코칭 스태프의 기대는 크다. 일본 야구계 복귀 후 첫 선발 마운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그의 오른팔이 주목된다"고 소개했다.
실제 야마구치는 일본 복귀 후 언제 그랬냐는 듯 최고의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공만의 차이 인지 미국과 일본의 수준 차이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를 바라보는 팬들의 심경이 복잡한 것은 사실인 상황이다.
미국 야구에 적응을 못한 것일 뿐 실력은 변함 없었다고 하기엔 미국에서의 성과가 너무 좋지 못했다. 그런 투수가 돌아오자
트리플A서도 통하지 않아 사실상 방출된 선수가 일본에서 특급 에이스 몫을 해내고 있다는 건 어딘지 뒷 맛이 깔끔하지 않은 것이다.
과연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변신한 야마구치의 투구를 어떻게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