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찾아 온다. 투수는 기어를 바꾸 듯 마음을 정리한다. 그리고 던지는 공은 보통의 공 보다 더 빠른 공이 날아온다.
한, 두번 있었던 일이면 우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매번 위기가 오면 더 빠른 공을 던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우연이라 할 수 없다.
이 만화같은 일을 해내는 투수가 있다. 일본 프로야구 '미스터 제로' 타이라 가이마(22.세이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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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속 경기 일본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타이라. 위기가 오면 구속이 더 빨라지는 만화같은 야구를 하고 있다. 사진=세이부 SNS |
38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하며 일본 프로야구의 무실점 투구 새 역사를 쓰고 있다. 2006년 후지카와 큐지(당시 한신)가 세운 기록과 타이 기록을 세웠다.
이제부터 무실점 기록이 이어지면 신기록이다.
타이라의 가장 큰 무기는 패스트볼이다. 최고 160km가 찍힌 바 있다. 일본인 투수로는 센가 치히로(소프트뱅크)에 이어 2위 기록을 갖고 있다.
데이터 스타디움에 따르면 타이라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53km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타이라가 위기가 오면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라고 힘을 빼고 던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공에 온 힘을 다한다.
그런데 위기가 오면 더 빨라진다. 만화처럼 기어를 다시 넣어 던지는 듯한 투구가 현실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득점권에 주자가 있는 경우는 154.1 km로, 그렇지 않은 경우는 152.9 km보다 1.2km 정도 더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패스트볼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구종에서 득점권 위기가 되면 구속이 1~2 km정도 빨라진다.
완급 조절형 투수라면 위기시 공이 좀 더 빨라지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이라는 꾸준히 강력한 공을 던지는 것이 특징인 투수다. 모든 공이 베스트다. 그런데 위기가 오면 더 빨라진다. 만화 같은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타이라가 더욱 놀라운 것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이면서도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는 점이다.
타이라의 구종 별 구사 비율을 보면 패트스볼 : 36.7%, 슬라이더: 26.7%, 컷 패스트볼: 20.7% , 체인지업: 15.9%로 구성돼 있다.
신인왕을 차지한 지난해엔 패스트볼 구사 비율이 50%를 넘겼지만 올 시즌엔 36.7%까지 떨어트렸다.
대신 슬라이더와 컷 패스트볼, 그리고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을 높였다.
빠른 공에 부담을 갖고 있는 타자들에게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 구종의 다양성은 부담 그 자체다. 타이라의 빠른 공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부재료 들이다.
그냥 던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구종 자체의 능력도 빼어나다 슬라이더의 올 시즌 피안타율은 26타수1안타에 불과하다. 그 1안타도 빗맞은 안타
모든 구종에서 장기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타이라는 우리가 도쿄 올림픽에서 상대할 가능성이 높은 투수다. 그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타이라는 지금 만화같은 야구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현실에서 그와 싸워 이겨야 한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