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영건 안우진(22)는 지난 24일 두산전서 빼어난 피칭을 보여줬다.
7이닝을 던지는 동안 5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 이상을 보여준 투구였다.
특이 이날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안우진의 구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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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우진이 99구째에도 155km를 찍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아직 전부가 아니다. 놀랄 일은 더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사진=MK스포츠 DB |
안우진은 이날 평균 152km의 빠른 공을 던졌다.
비공인 기록으로 160km를 던진 바 있기 때문에 구속 자체만으로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99구째까지도 최고 구속을 찍을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었다. 한계 투구수에 다다랐지만 파워는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떻게 안우진은 마지막 공까지 최고 구속을 찍을 수 있는 힘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그 이면엔 감춰진 이야기들이 있다.
안우진은 올 시즌 선발로 보직을 변경하며 구속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로 했었다.
처음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했었다. 평균 구속이 150km를 넘기는 선발 투수가 되고자 했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구속을 포기하지 않고 던지다보니 커맨드에 문제가 생겼다. 원하는대로 공이 가지 않았다.
결과도 좋지 못했다. 5이닝을 채 버티지 못햇다. 4월에 던진 4경기서 5이닝을 채운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결국 스피드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당시 안우진은 "구속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지만 둘 다 욕심을 내다보니 커맨드가 너무 흔들렸다. 제구를 잡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스피드는 당분가 보지 않기로 했다"고 했었다.
나름 성공을 거두는 듯 보였다. 이후 경기에선 5이닝 정도는 쉽게 넘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늘 그정도에 머물렀다. 5이닝을 던지거나 조금 넘기는 수준에 그쳤다. 안우진이 갖고 있는 괴물의 능력은 발휘되지 않았다.
조금 빠른 정도의 구속으로 타자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답답증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런 안우진을 잡아준 것이 선배 최원태였다. 최원태는 안우진에게 따끔한 조언을 건냈다.
처음에 조금 실패했다고 구속을 포기하는 것은 바보같은 행동이라고 했다.
최원태는 안우진에게 "한계를 정해놓지 마라.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스스로 한계를 정하는 건 바보같은 일이다. 아까운 재능을 썩히지 말고 구속과 이닝을 모두 잡을 수 있는 투구를 하라"고 조언을 건냈다.
안우진은 이후 달라지기로 했다. 구속을 제어하면서 이닝을 끌고 가는 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미리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일단 부딪히기로 했다.
그러자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투구수가 늘어나면서도 최고 구속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99구 155km의 기적 같은 구속이 탄생한 비결이었다.
안우진은 "구속을 버리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이 구속을 제어하면서 끌고 갈 수 있는 것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한계를 미리 설정하지 않으니 신기하게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생각만 바꾼 것이 아니다. 메커니증에 대한 끊임 없는 노력도 뒷받침 되고 있다.
안우진은 힘 쓰는 팔 스윙 구간을 앞으로 가져가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뒷스윙에서는 힘의 분산을 최대한 막고 앞에서 힘을 쓸 수 있도록 팔 스윙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구속 상승 효과를 얻고 있다.
안우진은 "선배들의 좋은 메커니즘을 유심히 관찰하고 좋은 부분을 따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즌 중에 완벽하게 고칠 수는 없지만 의식하고 노력하는 것 만으로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고칠 점이 너무 많다. 다만 한 번에 다 고치려고 욕심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부터 해나가려고 하고 있다. 계속 공부하고 노력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그어 놓았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정신력, 그리고 끝없이 탐구하고 노력하는 땀이 더해져 99구 155km라는 기적 같은 수치가 나온 것이다.
안우진의 괴물 같은 재능이 빛을 발하는 건 순간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
그는 지금도 한계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 더 발전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려 하고 있다. 괴물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안우진에게는 앞으로도 더 놀랄 일이 남아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