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우람이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정우람은 2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와 홈경기에 9회초 구원등판, 삼진 1개를 곁들여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다.
이로써 정우람은 SK(현 SSG) 소속이었던 지난 2004년 4월21일 문학 한화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뒤 17년2개월5일, 일수로는 6276일 만에 901경기로 투수 역대 최다출장 타이기록(2014년 류택현)을 세웠다.
![]() |
↑ 정우람이 투수 최다 출장 기록을 세웠다. 아픈 어깨를 딛고 세운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1994년 OB에서 데뷔한 뒤 2014년 LG에서 은퇴한 좌완 류택현은 원 포인트 릴리프로 통산 614.2이닝을 던진 반면 정우람은 셋업맨과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통산 896.2이닝을 소화했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1시즌 연속 50경기 이상 등판했다. 2008년엔 무려 85경기에 출장하기도 했다. 데뷔 첫 해였던 2004년을 제외하고 14년간 40경기 이상 등판했다.
그런 정우람을 팬들은 '금강불괴'라고 부른다. 선수 생활 내내 큰 부상 없이 철저한 자기 관리로 프로 18년차까지 정상급 구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잘 던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많이 던지면서도 변함없는 구위를 유지했다는 것이 더욱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팬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다. 정우람에게도 아픔이 있다는 것이다. 통증이 있지만 그 통증을 극복해내며 지금의 대기록을 세웠다. 정우람이 더욱 놀라운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정우람은 왼 어깨에 통증이 있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간혹 신경을 쓰이게 만들기도 한다.
정우람은 "처음 마무리로 전환한 2012년 시즌 도중 어깨에서 '뚝'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통증이 생겼다. 처음엔 어깨 부위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통증을 줄이는 법을 터득하게 됐다. 준비 기간 동안 잘 준비하면 아무 문제없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꾸준한 건 아픈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부위가 견뎌 낼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방법은 다른 선수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전적으로 내가 내 몸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깨가 아픈 선수들이 같은 방법을 쓴다 해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다른 비결은 없다. 선수들이 쉴 때 한번이라도 더 내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스프링캠프가 중요하다. 스프링캠프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많은 땀을 흘려 놓으면 시즌에 들어가서 아프지 않게 내 공을 던질 수 있다. 준비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류현진도 같은 케이스다. 류현진은 어깨 수술 이후 어깨 보강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비시즌에도 전담 트레이너를 고용해 어깨 근육 단련에 온 힘을 쏟는다. 그런 준비 과정이 있기에 정규 시즌에서 통증 없이 100%로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정우람은 단순히 아프지 않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연투도 하고 한 경기에서 많은 공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정우람은 "시즌을 치르다 보면 3연투를 해야 할 때도 있고 한 경기에서 30개 이상의 공을 던져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구위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선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해 둬야 한다. 특히 어깨가 아플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그 문제에 대해 중점적인 보강 훈련을 한다. 2012년에 분명 고비가 왔지만 이후 해법을 찾았고 그 훈련을 더 열심히 하게 된 것이 롱런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우람이 대단한 건 아프지 않고 잘 던진 것이 아니라 아픈 것을 이겨내고 최고의 구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땀을 흘려야 했다.
작은 좌절에 주저 앉았다면 지금의 정우람은 없었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부
이제 정우람이 걷는 발걸음 하나 하나가 역사다. 그 역사를 만들기 위해 그가 흘렸던 땀 또한 빛을 받아야 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