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됐다. 각 보직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됐다.
마냥 웃을 수 있는 일 만은 아니다. 팀 사정이 그만큼 안 좋다는 것을 뜻한다.
'슈퍼 루키' 이의리(19.KIA)와 김진욱(19.롯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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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 루키" 김진욱(위)과 이의리. 자신의 투구 뿐 아니라 팀 까지 책임져야 하는 소년 가장 몫을 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구위는 모두에게 인정 받았다. 특히 국가대표로 선정됐을 정도로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22일 현재 3승3패, 평균 자책점 4.30을 기록하고 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신인의 성적임을 감안했을 땐 꽤나 성공적인 결과다.
김광현(3승7패, 평균 자책점 3.62)이나 양현종(1승2패, 평균 자책점 4.17)의 신인 때 성적에 비하면 이의리가 얼마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이의리가 팀의 실질적인 1선발 이라는 점이다.
KIA는 현재 외국인 투수가 없다. 브룩스와 멩덴이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선발의 두 기둥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선수들이 모두 빠져 버렸다.
자연스럽게 이의리에게 기대하는 바가 커졌다. 또 다른 토종 선발 임기영도 분전하고 있지만 구위 면에선 이의리가 한 수 앞선다. 이의리에게 좀 더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의리가 좋은 구위를 보여주는 것이 한 편으로는 다행이면서도 너무 지나친 부담을 안게 하는 것에 대해선 안쓰러운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고비를 넘길 투수가 이의리 밖에 없다는 것이 KIA의 아픈 현실이다.
또 다른 '슈퍼 루키' 김진욱은 불펜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아직 필승조라 불리긴 이르지만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어느새 불펜에 그만한 구위를 가진 선수가 없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김진욱은 불펜으로 보직이 바뀐 뒤 확실히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지난 5일부터 불펜 투수로 던지고 있는데 7이닝 동안 단 1실점만 하는 빼어난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굵고 짧게 던지며 장기인 타점 높은 패스트볼이 위력을 더하고 있다.
시즌 평균 패스트볼 구속은 143.3km인데 불펜 투수로는 평균 146km의 더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구위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까지 볼넷이 꼭 1개씩은 끼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제구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현재 롯데 불펜에 그 이상의 구위를 가진 투수가 없다는 점이다. 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려 적응력을 키워주고 싶지만 불펜 사정이 점점 김진욱을 중요한 상황에 쓰게 만들고 있다.
그 또한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는 있지만 지나친 부담은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 이상의 구위를 지닌 롯데 불펜 투수는 찾아지지 않는다.
이의리가 선발 소년 가장이라면 김진욱은 불펜 소년 가장이 되고 있다.
이의리와 김진욱은 모처럼 한국 프로야구에 나타난 좌완 슈퍼 루키다. 등판하는 걸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뿌듯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뒷편엔 적지 않은 부담감도 따라 붙는다. 어두운 팀 사정이 두 슈퍼 루키의 등 뒤에 도사리고 있다.
어려운 임무도 최대한 수행해 내는 두 투수가 기
마땅히 다른 해법이 없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은 더욱 커진다. 부디 깨지지 않고 잘 버티기만을 바랄 뿐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