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만 해도, 야수들 캐치볼 하는 수준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강했다.”
불과 두 달전만해도 올 시즌 정상적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차우찬(34·LG트윈스)은 이겨냈고,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최종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차우찬은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5-0 완승을 이끌었다.
↑ 18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1 KBO 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LG 선발 차우찬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
삼진도 하나 없었지만, 73구로 KIA타선을 쉽게 쉽게 요리했다. 안타는 1개만 맞았고, 볼넷도 2개뿐이었다. 맞춰잡기의 진수를 보여준 차우찬이었다.
경기 후 차우찬은 “오늘 팔 풀 때부터 구속이 안 나올 거로 생각했다. 운이 좋았다”며 “사실 삼진 욕심은 없다”고 껄껄 웃었다.
복귀 후 3경기 등판해 2승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1.13이다. 어깨 부상을 털어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조심스럽기만 한 차우찬이다.
사실 차우찬은 4월까지만 해도 복귀가 불투명했다. 차우찬은 지난해 7월 어깨 부상을 당한 뒤 약 1년 동안 재활에만 몰두해야 했다. 그러나 과정은 지지부진했다. 류지현 감독은 “4월에 2군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선수도 지쳐있었고, 굉장히 어렵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돌아봤다.
차우찬도 “4월까지 아무것도 안 되더라. 마운드에서 강하게 던지지 못하고 야수들 캐치볼 하는 정도로밖에 못 던졌다”며 “(재활이) 진전이 안 돼서 포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냥 포기할 수는 없었다. 차우찬은 야간에 3~5m 전방에 설치된 네트에 느린 속도로 공을 던지면서 부상 부위의 상태를 확인하는 네트 스로우를 하며 속도를 높였다.
그는 “5월 초부터 야간에 매일 150∼200개씩 공을 던졌다. 어느 순간 통증이 사라지더라. 사실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후회할지라도 차라리 던져보고 후회하자는 마음으로 했다. 그때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며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이겨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젠 스피드보다는 경기 운영이나 제구력으로 타자들과 승부하는 차우찬이다. 차우찬은 “이제는 제구력과 경기 운영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2군에서 던진 3경기를 포함해 지금까지 6경기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팔색조로 변신 중인 차우찬은 대표팀 마운드의 최고참이다.
[잠실(서울)=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