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빠르게 잊혀졌다. 팬들의 마음 속엔 이미 멜 로하스 주니어(31.한신)가 사라진 듯 하다.
로하스의 빈 자리에 베테랑 이토이(40)를 기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하스를 기다린다는 분위기는 어디서도 느껴지지 않는다.
↑ 로하스가 빠진 지명 타자 자리에 베테랑 이토이를 중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한신 SNS |
한신 이적 후 잔 부상에 시달리며 출장 기회가 점점 줄어들었던 이토이다.
그러나 2019시즌까지도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보여준 바 있었다. 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겪기는 했지만 한 순간에 잊혀질 수준은 아니었다.
시즌 출발은 백업 이었다. 4번 3루수 오야마가 등 부상으로 빠졌을 때 기회가 올 수 있었으나 로하스에게 먼저 찬스가 돌아갔다.
이토이는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잡았다.
5월30일 메트 라이프 돔 구장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스전에 7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장해 홈런 포함 2안타 2볼넷으로 멀티 히트 4출루 경기를 했다.
지난 시즌에는 아픈 왼쪽 무릎 상태가 나빴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몸의 컨디션이 좋고 스윙이 날카롭다. 타구단 스코어러는 "원래 힘이 있는 선수다. 몸 상태가 베스트라면 칠 수 있다. 대전하는 쪽에서 보면, 로하스보다 이토이가 훨씬 위협적"이라고 밝혔다.
팬들도 이토이의 출장 기회를 늘려 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실 팬 커뮤니티에는 "오야마가 돌아와 3루를 맡고, 사토는 우익수로 기용하겠지만 이토이는 지명타자로 계속 기용했으면 좋겠다. 결과를 내고 있는 이토이가 지명타자로 나서면 더욱 강력한 타선이 된다. 퍼시픽리그에서 오랜 세월 플레이하고 있었고, 잘 알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것은 너무 아깝다"라는 글들이 줄이어 올라오고 있다.
나이는 팀 최고참이지만 이토이는 늦게 핀 꽃이다. 2004년에 닛폰햄에 투수로 입단했지만 결과를 남기지 못하고, 2006년에 외야에 전향 했다.
주전을 잡은 것은 28세 되던 2009년이었다. 그해부터 NPB 사상 첫 6년 연속 타율 3할, 20도루, 골든 글러브 획득의 위업을 달성했다.
오릭스로 트레이드 이적한 뒤에도 2014년 타율 0.331로 타격왕, 2016년 53도루로 NPB 사상 최고령인 35세의 나이로 도루왕에 올랐다.
신진 선수들은 "이토이 선배는 괴물이다. 강철의 육체는 전혀 쇠약해지지 않는다"라고 혀를 내두른다. 괜히 별명이 '초인'이 아니다.
로하스는 KBO리그 MVP 출신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경쟁자들의 부진을 기대해볼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그런 틈은 보이지 않고 있다.
[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butyou@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