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포구하고 스텝을 밟고 송구하는 연결 동작을 보면서, 경기를 하면서 (수비가) 향상된다는 걸 확인했다.”
“아직까지는 투박한 면이 있지만 점점 발전하고 있다. 자기만의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하고 타격을 한다. 유인구나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신인 선수가 대단하다.”
“놀랐던 건, 선배들하고 수비 훈련을 할 때도 실수하지 않고, 곧잘 하더라. 신인 선수 경우는 실수를 하고 뭔가 전체적인 리듬을 깨는 장면이 있는데, 이영빈은 없었다. 그런 게 대단하다. 시범 경기와 연습 경기에서는 부족한 게 많이 보였다. 상대 주자가 뛸 때 포구 실책이 나오고, 거기서 실수가 나오다보니 송구 연결 동작까지 부드럽지 않았다. 2~3개월 동안 2군에서 잘 준비시킨 것 같다. 1군에서 선발로 나가면서 당황하지 않고 자기 플레이를 하는 건 2군에서 잘 준비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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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빈이 데뷔 첫 안타를 친 뒤 LG의 시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칭찬을 들은 주인공은 신인 내야수 이영빈(19)이었다. 이영빈은 오지환이 안구 건조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을 당시 그 빈 자리를 잘 메우며 주목받은 선수다.
공격에서 먼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고 수비에서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지현 감독의 입에선 연일 이영빈 칭찬이 쏟아졌다.
그런데 류 감독이 하루 아침에 바뀌었다. 이제 이영빈 얘기에 열성을 보이지 않는다. 냉정하게 돌아섰다.
류 감독은 최근의 이영빈에 대해 묻자 "이영빈에 대해선 이미 많은 말을 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오지환이 빠졌을 때 그 공백을 잘 메워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신인일 뿐이다. 오지환도 돌아왔다. 다른 선수들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특별히 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영빈은 오지환이 돌아온 뒤에도 일단 1군에 살아 남았다.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만큼 백업으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류지현 감독도 이영빈을 어떻게든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영빈에 대한 칭찬은 당분간 아끼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성작해야 할 것이 많이 남은 선수에게 지나치게 많은 관심이 모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팬이 많은 팀은 조금만 야구를 잘하면 금방 하늘 위로 뭉게 떠오른다. 신인급 선수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다 실패한 선수를 수 없이 봐 왔던 류지현 감독이다.
이영빈도 그런 덫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영빈에 대한 칭찬을 거둬들인 이유를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류 감독은 "감독이 된 뒤 선수들의 마음 하나 하나와 생각 하나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그것이 가장 어렵다. 한,두 명만 챙겨서는 안된다. 모두의 마음을 헤아리고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빈은 분명 재능이 있는 선수지만 더 성장해야 할 선수이기에 다소 냉정하게 반응을 바꾼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군에 남겨 기회를 주면서도 이전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이영빈을 평가하겠다는 뜻이 읽혀진다. 그래야 팀이 하나로 굴러가는데 도움이 될
류 감독은 이제 이영빈을 보다 강하게 키우려 할 것이다. 더 단단해진 선수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류지현 감독의 리더십이 이영빈이라는 원석을 보석으로 바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butyou@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