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고집이죠.”
고집이라고 했지만, 믿음이었다. 그리고, 4번타자 박병호(35·키움 히어로즈)는 홍원기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키움은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4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3연패에서 탈출했다. 최근 연패가 반복된 키움에게 귀중한 승리다. 키움은 7연승이 끊긴 지난달 26~27일 광주 KIA타이거즈 2연전, 28일 잠실 LG트윈스전까지 3연패를 당했다.
↑ 3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2021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벌어졌다. 6회말 1사 1루에서 키움 박병호가 안타를 쳐 주자 1,3루를 만들었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
무엇보다 찬스에서 흐름이 끊기는 장면이 반복됐다. 침묵에 빠진 박병호도 고민이었다. LG와 경기에서는 헤드샷을 맞기도 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1일 롯데전에서는 7번타자로 하위 타순에 배치됐다. 2일에는 4번타자로 돌아왔다. 그러나 무안타에 그쳤던 박병호다.
박병호는 2일까지 올 시즌 36경기에서 타율 0.206, 5홈런, 22타점, OPS 0.688을 기록 중이다. 부진으로 한차례 2군에 다녀왔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2012~2015시즌 4년 연속 홈런왕 등 5차례 홈런왕을 차지한 국가대표 거포의 자존심에도 생채기가 났다.
그래도 홍원기 감독은 꾸준히 4번 박병호 카드를 밀었다. 홍 감독에게 ‘믿음의 야구’냐고 물으니, “고집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 페이스가 안좋지만 4번에 두고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고 두둔했다. 이날 박병호는 이용규(36)와 함께 정오부터 나와서 훈련을 시작했다. 평소보다 2시간 정도 일찍 나온 셈이다. 홍 감독도 “이용규와 박병호가 오늘도 가장 먼저 나와서 훈련을 하더라. 팀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안을까.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본다. 조금 더 기다려보고 싶다. 흐름을 타면 예년과 같은 활약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홍 감독의 믿음은 통했다. 박병호는 1회말 7득점의 단초가 된 유격수 땅볼 실책을 이끌어냈다. 이후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하더니, 6회말 1사 1루에서 맞은 네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방면으로 안타를 만들었다. 롯데 내야진의 시프트를 뚫는 강한 타구였다. 1루쪽 키움 더그아웃은 축제 분위기였다. 박병호가 적시타를 때린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안타였다. 하지만 동료들의 반응은 마치 만루홈런을 때린 것과 흡사했다. 박병호도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떨치듯 환하게 웃으며 동료들에게 세리머니를 했다.
박병호는 8-3으로 앞선 8회말에는 적시타를 때렸다. 그런데 타구가 묘했다. 1사 3루에서 공을 퍼올렸는데, 타구는 고척돔 천장을 맞고 굴절돼 떨어졌다. 롯데 1루수 정훈은 타구가 자신에게 오리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가 급하게 잡으려 했지만 놓쳤다. 기록상 내야안타였고, 이정후가 홈으로 들어왔다. 이날 경기 중계방송 해설을 맡은 이순철 SBS 해설위원도 “힘이 좋으니까 타구가 천장을 맞추는 것이다. 이런 타구가 계기가 돼 타격감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키움으로서도 반가운 박병호의 멀티히트다. 홍원기 감독의 믿음(?)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안준철 기자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