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안준철 기자
“‘버틴다·이겨낸다·승리한다’는 말만 생각했다. 모자챙에 새겨놓은 말이다.”
이젠 ‘독수리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당연하기만 하다. 한화 이글스 김민우(26)는 그렇게 버텨왔고, 그렇게 이겨냈다. 그리고 승리를 거두고 있다. 어깨에 칼을 대며 선수 생활을 장담할 수 없었던 프로 초년병 시절 위기를 이겨낸 김민우는 의젓한 에이스로 성장했다.
한화는 27일까지 18승 25패로 9위에 위치해 있다. 올 시즌도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다. 한화는 리빌딩을 시즌 목표로 두고 구단 첫 외국인 사령탑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했다.
↑ 27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2021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벌어졌다. 한화 김민우가 선발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재현 기자 |
올 시즌은 토종 에이스도 아니고, 그냥 에이스다. 2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6승(3패)째를 거뒀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21)과 함께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최근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에 개인 3연승이다. 평균자책점은 3.33까지 내렸다.
전력이 탄탄한 두산 상대로 완벽한 피칭을 펼쳤다. 더구나 이날 김민우의 컨디션은 완벽하지 않았다. 지난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백신 접종을 한 뒤 컨디션이 내려갔다. 직구 구속도 제구도 별로였다. 주무기인 포크볼도 높게 형성됐다. 경기 후 김민우도 “너무 힘들었다”며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져서 포크볼도 높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7회말이었다. 6회까지 큰 위기 없이 잘 던지던 김민우는 7회 흔들렸다. 김재환에 볼넷, 양석환에 안타를 맞았고, 좌익수 실책까지 겹쳐 무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김민우는 자신의 주무기인 포크볼을 13구 연속 던지며 세 타자를 잡아내고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무사 1, 3루에서 상대한 대타 김인태를 3구 삼진으로 처리하며 분위기를 바꾼 게 컸다. 다만 3구째 포크볼은 다소 높은 편이었고, 낙폭도 크지 않았다. 김민우가 밝힌 힘이 빠진 순간이었다.
그런데 김민우는 이를 역으로 이용했다. 그는 “(김)재환이 형과의 승부에서 포크볼이 낮게 들어갔는데, 그냥 영점을 잡기 위해 스트라이크존에 넣는 포크볼을 던지기 위해 노력한 게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슬라이더의 덕도 봤다. 이날 경기 전 수베로 감독은 올 시즌 김민우의 순항 비결로 슬라이더를 꼽았다. 김민우도 “원래 나는 직구, 포크볼, 커브를 주로 던지는 투수였다. 슬라이더를 보여주면서 상대 타자들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던 거 같다”고 말했다.
프로 2년 차인 2016년 어깨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다. 많은 투구에 탈이 났다. 이미 고교(용마고) 시절 팔꿈치에 칼을 댔던 김민우다. 당시도 그렇지만, 현재도 어깨 수술은 선수 생활을 장담할 수 없는 시그널이다.
김민우는 2017년 9월 재활을 마치고 1군 마운드로 돌아왔다. 그러나 리그 최고의 우완 투수가 될 재목은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하지만 김민우는 버텼고, 이겨냈다. 그리고 승리했다. 자신의 모자챙에 써놓은 문구처럼 말이다. 개인 3연승의 시작이었던 지난 1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6이닝 무실점 후 김민우에게 토종 에이스의 사명감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때 김민우는 “아직은 토종 에이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한화는 3연패에서 탈출했다. 김민우의 호투가 발판이 됐다.
이날 김민우의 호투를 앞세워 3-0 승리를 거둔 한화는 2연패에서 탈출했다. 에이스의 덕목은 팀이 어려울 때 호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