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KT 영건 에이스 소형준(20)은 올 시즌 부진한 투구를 계속 하고 있다.
시즌 성적이 1승1패, 평균 자책점 6.83에 그치고 있다. 27.2이닝을 던지는 동안 34피안타 17볼넷 22탈삼진 21실점을 찍고 있다.
볼넷이 크게 늘어났고 삼진 능력도 떨어졌다. 13승을 거둔 지난해의 위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 KT 영건 에이스 소형준이 변화구에 의존하는 피칭으로 구위가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MK스포츠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정민태 전 한화 투수 코치는 "패스트볼 구속이 하락하며 구사 비율이 떨어졌고 변화구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부진 이유를 분석한 바 있다.
야구계 속어로 '손가락 장난'에 빠졌다는 뜻이다. 다양한 그립 변화를 통한 변화구 위주 피칭이 구위를 떨어트리는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같은 지적을 한 바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소형준은 변화구에 의존하는 피칭으로 스스로 어려움에 빠지게 된 것일까.
일단 그의 패스트볼 피칭맵을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패스트볼의 제구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위한 것이었다.
↑ 자료=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
↑ 자료=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
위의 빨간 점이 지난해 소형준의 패스트볼 피칭맵이다. 아래가 올 시즌 기록이다.
지난해 피칭맵에서는 빨간 점들이 스트라이크 존 안쪽으로 빼곡하게 찍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패스트볼 제구가 잘 이뤄졌음을 뜻하는 그림이다.
특히 좌타자의 몸쪽, 우타자의 바깥쪽에 주로 빨간 점이 찍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소형준이 좌타자와 우타자 모두에게 피안타율이 0.274로 낮게 형성 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올 시즌 피칭맵을 보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들이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스트라이크 존을 아래 위로 크게 벗어나는 공들이 늘어났다.
패스트볼 제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음을 알 수 있는 그림이다.
그림을 잘 살펴보면 스트라이크 존에 찍힌 공들은 빈도수가 줄은 반면 볼이 되는 공들은 올해도 빼곡히 찍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소형준은 실제 변화구 위주 투구를 하고 있는 것일까.
위의 표가 2020시즌 소형준의 구종별 성적을 나타낸 것이다.
소형준은 지난해 패스트볼 구사 비율이 51%였다. 피안타율도 0.271로 낮았다. 대부분 구종이 2할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패스트볼의 헛스윙 비율은 12%였고 땅볼 비율은 59%였다. 강한 타구 허용률은 13.8%에 불과했다.
올 시즌엔 패스트볼에 대한 성적이 꼭 나빠진 것 만은 아니었다.
일단 구사 비율이 60%로 지난해 보다 늘었다.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것 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패스트볼을 더 많이 던지고 있다. 지적을 받은 뒤 의식적으로라도 패스트볼을 많이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피안타율은 크게 높아졌다. 피안타율이 0.321로 치솟았다.
그러나 헛스윙/스윙 비율은 15%로 지난해 보다 높았고 땅볼 유도율도 56%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강한 타구 허용률은 13.3%로 소폭 하락했다.
소형준이 패스트볼 제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피안타율이나 피장타율이 늘어났을 뿐 세부 지표까지 나빠진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자신의 패스트볼에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은 수치다. 또한 구사비율에 대한 스트레스도 지나치게 받을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많은 패스트볼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소형준의 패스트볼이 갖고 있는 특징을 한 번 알아보기로 했다. 트래킹 데이터를 살펴보면 소형준 패스트볼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소형준의 회전력이 강한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패스트볼 회전이 2123rpm에 불과하다. 리그 평균이 2250rpm 정도니까 그에 한참 못 미치는 회전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회전이 패스트볼 위력을 나타내는 모든 지표는 아니다. 소형준의 패스트볼은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 무브먼트가 그것이다.
회전력이 적다 보니 수직 무브먼트(위로 떠오르는 듯한 궤적)은 25.2cm에 불과했다. 리그 톱 클래스가 35cm 정도니까 약 10cm정도 낮은 수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형준에게는 수평 무브먼트가 있다. 소형준의 수평 무부먼트는 32.6cm로 리그 톱 클래스 수준의 움직임을 보였다.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도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수치다.
우타자의 몸쪽,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움직이는 무브먼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승부를 들어가도 범타를 만들 수 있는 비율을 높일 수 있다.
소형준의 패스트볼은 지난해나 올 시즌이나 비슷한 높은 땅볼 유도율을 갖고 있다. 그만큼 움직임이 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소형준의 자신의 패스트볼에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은 이유다.
전문가들의 지적도 좋은 패스트볼을 갖고 있으니 좀 더 자신감 있게 승부를 들어가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소형준은 그 가르침대로 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이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소형준의 변화구 피안타율은 대부분 지난해 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패스트볼 구사 비율을 높이며 공격적인 투구를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수치다.
단순히 현재 변화구 피안타율이 낮다고 그 쪽으로만 신경을 써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소형준은 충분히 위력
손가락 장난은 잠시 위기를 잊게 만들 수 있는 약물 효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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