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세상 쓸데 없는 것이 이정후 걱정"이라고 했다. 시즌 초반 2할대에서 허덕이던 이정후가 어느새 타율은 0.328까지 끌어올렸다.
더욱 대단한 것은 말 하는 대로 야구가 풀리고 있다는 점이다.
목표를 잡으면 그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내고 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정후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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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후가 "볼넷을 많이 얻겠다"던 스스로와 약속을 지켰다. 이정후의 천재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정후가 14일 고척 한화전서 안타를 때려낸 뒤 1루로 뛰어 나가고 있다. MK스포츠 (고척)=김재현 기자 |
이정후는 지난해 시즌 막판 부진을 겪었다. 10월 월간 타율은 0.203에 그쳤다.
그 때 이정후는 깨달은 것이 많았다. 슬럼프를 이겨내는 법도 이 때 많이 알게 됐다.
우선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것. 허리 부상이 있었지만 무리하게 경기 출장을 강행하다 좋았던 밸런스가 무너졌다. 이후 밸런스 운동에 전념했고 아플 땐 경기를 빠질 수도 있다는 마음도 먹게 됐다.
그 다음이 볼넷이었다. 이정후는 볼넷을 좀 더 많이 얻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정후는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든 쳐서 해결하려는 욕심을 부렸다. 하지만 안 맞을 땐 안 맞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럴 땐 공도 좀 골라가며 볼넷으로 출루를 하는 방법을 택하려고 하고 있다. 올 시즌엔 볼넷을 좀 더 많이 얻어내는 시즌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볼넷이 아주 많은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신인이던 2017시즌에 얻은 60개가 최다 기록이다.
이후 42개 45개 59개로 볼넷이 떨어졌다. 볼넷이 많지 않다보니 출루율에서는 다소 마이너스가 됐다. 4할 이상 출루율을 기록한 것은 2018시즌이 유일했다.
올 시즌은 다르다. 마음 먹은대로 야구가 풀리고 있다. 볼넷이 실제로 많이 늘어난 것이다.
14일 현재 이정후는 24개의 볼넷을 얻고 있다. 전체 공동 4위에 랭크 될 만큼 많은 숫자다. 팀 내에선 압도적 1위다. 이 페이스라면 볼넷 99개까지 가능하다. 자신의 역대 최다 기록이자 100볼넥까지 노려볼 수 있는 수치다.
타율은 0.328로 지난해(0.333)에 미치지 못하지만 출루율은 0.438로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을 찍고 있다.
최근 5경기 연속 볼넷을 얻어내고 있다. 경기 당 하나 이상 볼넷이 나오고 있다. 시즌 초 마음 먹었던 그대로 야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정후는 예상이라도 한 것 처럼 시즌 초반 부진을 겪었다. 4월 월간 타율이 0.269에 그쳤다.
히지만 이정후는 서두르지 않았다. 쳐서 해결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안 좋은 공은 골라내며 때를 기다렸다.
그렇게 볼넷이 쌓였고 차분하게 준비하는 동안 타격감도 돌아왔다. 5월 맹타(0.463)의 원동력이다.
이정후는 "볼넷을 많이 얻고 싶었는데 실제로 그 야구가 잘 돼 다행이다. 안 좋을 때 덤비지 않고 내 타이밍을 기다린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팀에 좀 더 힘이 되는 야구를 해야 한다
이정후의 말하는대로 풀리는 야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정후의 무서운 천재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팀 승리를 위해 좀 더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했으니 그 역시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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