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는 12일 광주 LG 트윈스전에 선발등판해 4.2이닝 6피안타 3볼넷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야수들의 실책성 플레이로 3실점했지만 마운드에서 흔들림 없이 여유롭게 투구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150km 육박하는 직구는 상당히 위력적이었고 공을 놓는 순간에 임팩트도 훌륭하다. 특히 백스윙이 굉장히 빠른데 투수코치 입장에서는 선수에게 쉽게 권하지 않는 백스윙이다. 제구를 잡기도 어렵고 체력이 떨어지면 제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 KIA 타이거즈 신인투수 이의리. 안정적인 투구 밸런스와 빠른 팔스윙이 매우 큰 장점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
다만 슬라이더, 체인지업은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날 이의리의 슬라이더는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 경우 타자들의 배트에 걸릴 확률이 높다. 슬라이더의 각을 크게 만들기보다는 밑으로 떨어뜨리는 쪽으로 연습하는 게 좋다고 판단된다.
체인지업은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각도를 보였는데 마찬가지로 조금 더 떨어뜨리는 폭을 크게 할 필요가 있다. 혹은 스피드를 줄여서 타자의 타이밍을 뺏을 수 있다면 더 좋은 투구가 가능할 것 같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변화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는 별개로 변화구에 맛을 들이는 건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지난 9일 kt 소형준(20)의 투구 평가 때도 언급했지만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면 자신의 직구를 믿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피칭을 해야 한다.
이의리도 훈련을 통해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더 가다듬을 필요는 있지만 현재처럼 직구 위주의 투구 패턴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이의리를 하나 더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은 야수들의 실책 이후에도 흔들림이 적었던 부분이다. 투수들은 야수가 실수했을 때도 격려해 주고 자신 있게 투구해야 한다. 야수의 도움 없이는 승리투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의리는 이 점에서 야수를 믿고 던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체력 관리다. 어린 투수들은 아마추어 시절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매 경기 100구 이상을 던진 경험이 없다. 신인 투수들이 시즌 중반부터 체력 저하로 시즌 초반 좋은 페이스를 잃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만 잘 신경 쓴다면 양현종에 버금가는 굉장히 좋은 투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KIA 장현식(26)이다. 위력적인 직구와 상당히 좋은 커브, 포크볼을 가졌음에도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힘에 의존하는 투구를 하면서 폼이 부드럽지 못하고 뻣뻣해 졌다. 부드럽고 탄력 있게 공을 때려주면 타자와의 승부를 쉽게 풀어갈 수 있는데 본인 스스로가 위기를 자초했다. 비록 실점 없이 막았지만 앞으로 다음 등판부터는 부드럽게 공을 던진다는 느낌으로 투구했으면 좋겠다.
LG 선발투수로 나선 수아레즈(29)는 시즌 초반 한창 좋을 때와 비교하면 투구폼의 차이가 있었다. 5이닝 3실점을 기록했는데 에이스 투수라면 최소 6이닝은 마운드에서 버텨줘야 한다. 제구 난조로 5회를 끝으로 내려간 건 본인도 아쉬울 것 같다.
수아레즈는 팔각도가 머리 쪽에 붙어서 나왔는데 이날은 릴리스 포인트가 옆으로 밀렸다. 공을 내리찍지 못하면서 제구가 경기 내내 흔들렸다. 5회말에는 본인의 베스트 팔각도가 나왔는데 이 부분을 빠르게 캐치했다면 더 좋은 투구가 가능했을 것 같다. 하지만 5피안타 4볼넷으로 흔들렸던 가운데 최소 실점으로 막으면서 뛰어난 투수라는 걸 보여준 것 같다.
이날 패전투수가 된 LG 이정용(25)에게는 슬라이더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걸 확인한 경기였다. 이정용은 150km에 육박하는 위력적인 직구를 가졌다. 보직도 불펜투수이기 때문에 확실한 변화구 한 가지만 있으면 충분히 1이닝을 잘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직구에 비해 슬라이더를 던질 때 공을 강하게 때리지 못했다. 슬라이더 각도가 자연스레 밋밋해졌고 결국 타자들에게 결정타를 맞고 무너졌
이정용은 분명 좋은 자질을 가진 투수다. 이날 경기는 안타까웠지만 잘 복기해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기를 바란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