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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열린 제 40회 GS칼텍스 매경오픈 3라운드 1번홀에서 허인회가 힘차게 드라이버샷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GS칼텍스 매경오픈 조직위】 |
'괴짜 골퍼' 허인회(34)가 '한국의 마스터스' 제 40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 기회를 잡았다. 공동 2위 그룹과 무려 6타차 앞선 단독선두. 큰 이변이 없다면 6년만에 개인 통산 4승 고지를 밟게 된다.
8일 성남 남서울CC(파71)에서 열린 제 40회 GS칼텍스 매경오픈 3라운드. 전날 5타를 줄이며 공동 선두그룹에 합류한 허인회의 물오른 샷 감각은 거침이 없었다. 이날 남서울CC 코스에 불어닥친 예측 불가의 돌풍도 허인회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허인회는 이날 기분 좋은 '사이클링 버디'로 포문을 열었다. 3번홀(파3), 4번홀(파5), 5번홀(파4)에서 연달아 타수를 줄인 허인회는 7번홀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이어진 8번홀에서 다시 1타를 줄이며 잃었던 타수를 곧바로 만회했다. 같은 순간 선두 싸움을 펼치던 김민규(20·CJ대한통운)가 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며 허인회의 독주가 시작됐다. '남서울 로드홀'로 불리는 16번홀~18번홀을 모두 파로 막아내는 등 후반에도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줄인 허인회는 추격자들의 부진으로 순식간에 6타차 단독선두에 올라섰다.
허인회는 "고등학교시절 국가대표 때부터 프로대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잘 됐던 시기도 있고 안됐던 시기도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 GS칼텍스 매경오픈 1위 자리까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뒤 "사실 샷을 바꾼 것은 없다. 오히려 3년 전에 허리를 다쳐 거리는 줄었다. 오늘은 샷과 퍼팅이 말도 안되게 잘 됐다. 그래서 '운이 좋았다'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다"고 돌아봤다.
실력과 도전, 그리고 운이 함께 만든 명장면이 있다. 14번홀(파5)에서 허인회는 애매한 상황에서 그린 뒤쪽으로 공을 보내는 파격적인 샷을 했다. 그런데 그린 밖으로 보낸 어프로치샷이 다시 돌아 들어오며 홀에 가깝게 붙었다. 허인회는 당시를 떠올리며 "사실 기술적으로도 치기 힘든 샷이다. 다시 하라고 해도 못 할 것 같다"고 웃어보인 뒤 "공을 드롭한 자리가 좋지 않아 기술적으로도 홀에 붙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뒤로 넘겨보자'는 생각을 했는데 성공했다. 이 상황이 바로 '운이 좋았다'라고 말한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사실 이번 대회 출발은 좋지 않았다. 대회 첫날 1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했고 이후 3번홀·5번홀·7번홀에서 '징검다리 보기'를 범했다. 8번홀이 끝난 상황에서 이미 '5오버파'. 이 흐름이라면 컷탈락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이 때 캐디이자 아내가 흐름을 바꿔놨다. 육은채씨는 "벌써 5오버파면 컷 탈락이다. 만약 다 만회하고 이븐파로 끝내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힌 뒤 "게임 속에 또 다른 게임을 하나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분위기가 달라졌다. 9번홀에서 첫 버디를 잡았고 이어진 10번홀에서 또 1타를 줄였다. 제대로 분위기를 탔다. 12번홀부터는 '4홀 연속버디'를 잡고 오히려 언더파까지 타수를 줄였다. 아쉽게 17번홀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결국 이븐파 71타로 첫날 경기를 마치며 아내와의 '내기'에서 이기는 데 성공했다. 묘하게도 '게임 속 게임' 효과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대회 1라운드 9번홀 이후부터 3라운드까지 허인회는 19개의 버디를 잡아냈고 보기는 5개로 막아내며 '6타차 단독선두'까지 올라섰다.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허인회는 '캐디이자 아내'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놨다. 허인회는 "가끔 캐디를 봐준 건 5년 정도 됐고 지금처럼 매 대회마다 캐디로 동행한 지는 3년 됐다"고 말한 뒤 "너무 마르고 힘이 없어서 힘들텐데 도와줘서 고마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안쓰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언젠가는 화려하게 은퇴식을 해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GS칼텍스 매경오픈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 바로 갤러리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연속으로 무관중으로 대회를 치르는 것에 대해 허인회는 "갤러리들이 안계시니 집중이 오히려 안되고 긴장감도 덜하다. 내 경우에는 조금 안좋다"며 "안티팬도 있지만 갤러리 분들이 있어야 에너지가 생긴다.
6타차 단독선두. 큰 이변이 없는 한 뒤집힐 가능성도 적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GS칼텍스 매경오픈이 열리는 곳은 남서울CC다. 방심했다간 5~6타쯤 순식간에 잃을 수 있다. 지난 1994년 김종덕(60)은 6타차 차이를 뒤집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바 있다.
이날 1타를 줄인 변진재(32)가 서형석(24)과 함께 중간합계 3언더파 210타로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했고 허인회와 함께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작성한 김건하(29)가 김주형(19), 문경준(39) 등과 공동 4위(중간합계 2언더파 211타)
이날 공동선두로 출발한 함정우(27)와 김민규(20)는 나란히 3타씩 잃어 중간합계 2언더파 211타로 공동 4위로 순위가 하락했고 GS칼텍스 매경오픈 3연패를 노리는 이태희(37)은 2타를 잃고 중간합계 이븐파 213타로 공동 12위로 미끄러졌다.
[성남 =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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