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나 혼자 판단하는 게 아니다. 머리 하나보다 10개가 낫지 않나."
허문회 롯데 감독이 늘 강조하는 말이다. 감독이라고 혼자 독선적인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주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결정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실제 허 감독은 선수 기용에 관한 질문을 할 때 언제나 "해당 코치와 상의를 했는데..."라는 말을 빼 놓지 않는다.
↑ 허문회 롯데 감독은 독단적 결정 보다는 협의를 통한 결정을 내린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일정 부분 사실로 여겨질 수 있는 일들이 있다. 포수 김준태를 쓰는 일이나 신인 나승엽을 기다리는 일들이 그렇다.
허 감독은 "김준태를 주전으로 쓰는 것은 배터리 코치와 타격 코치의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최현 배터리 코치는 김준태의 포구가 대단히 좋아졌고 주자를 잡는 능력도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타격 코치도 김준태의 능력을 좋게 평가하고 있다. 때문에 김준태를 주전으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준태는 포수로서 좋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프레이밍이 좋다. 볼 하나 빠진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프레이밍에 능하다.
볼 하나 빠진 공을 스트라이크 콜로 이끌어 낸 비율이 64%로 10개 구단 포수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바닥을 쳤던 도루 저지율도 많이 올라왔다.
한 때 7.1%까지 떨어졌던 김준태의 도루 저지율은 21.7%까지 올라왓다. 최현 코치의 조언이 사실이었고 그 조언에 따라 적당한 대처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나승엽을 기다리는 것도 비슷한 상황이다.
허 감독은 직접 나서 나승엽을 체크하지 않는다. 기록만 살펴볼 뿐이다.
나머지 부분은 해당 코치들에게 맡겼다. 1군에서 쓸 수 있는 전력이라는 평가가 내려지면 그 때 올려 쓰려고 하고 있다.
허 감독은 "2군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1군에서 쓸 수 있다고 하면 그 때 불러올려 쓸 생각이다. 그 전에는 간섭할 마음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허 감독이 실제로 모든 결정을 집단 지성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인지 고개가 갸웃 거려지는 대목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손아섭 2번 기용이 그렇다. 손아섭은 4월30일 현재 OPS 0.633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장타율이 0.291로 크게 떨어져 있고 출루율도 0.342로 좋지 못하다.
점차 타순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2번 타순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그럼에도 주위에서 조언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홀로 결정한 것인지 손아섭 2번은 변함이 없다.
좌완 불펜을 쓰지 않는 것도 비슷한 예다.
김유영은 현재 퓨처스리그서 평균 자책점 제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경기서 4.2이닝을 던져 삼진을 6개나 잡아냈다. 하지만 허 감독은 "똘똘한 우완 불펜이 좌완 불펜 보다 낫다"며 김유영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
2년차 좌완 박재민도 퓨처스리그 평균 자책점 제로를 기록하고 있지만 콜업 기회는 얻지 못하고 있다. 피안타율도 0.100에 불과하지만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박진형과 구승민이 무너져 불펜 운영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도 변화를 주려 하지 않는다. 이처럼 한 번 굳어진 생각은 잘 바꾸려 하지 않는다.
실제 모든 일을 함께 해결하려 귀를 열어 놓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허 감독은 이제 2년차 감독이다. 아는 것 보다느 모르는
허문회 감독의 귀가 좀 더 열려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자신이 한 말을 스스로 지키는 행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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