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고척 두산 베어스-키움 히어로즈전은 긴 경기였다. 하지만 많은 투수들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선 나쁘지 않았다.
먼저 두산 선발 워커 로켓의 피칭은 인상적이었다. 지금껏 본 오른손잡이 외국인 투수들 중에서도 상위권 선수라는 판단이 들었다. 패스트볼도 150km 이상이 나오고 묵직했다(투구분석표상 투심 패스트볼 최고구속 152km).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도 예리하게 구사했다.
특히 체인지업은 오른손 투수 중 최고 수준이었다. 최고 141km까지 나온 체인지업이 낙차가 크고 타자를 현혹시킬 만한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었다.
↑ 28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벌어졌다. 1회 말 무사 1루에서 두산 선발 로켓이 1루 견제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
또 수비 실책 2개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투수는 피칭 후에는 야수가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2회와 5회 실책은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실책으로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6회까지 던지지 못했다. 분위기는 7회까지도 던질 수 있는 내용이었다. 만약 주자가 3루에 있었더라면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좀 더 수비에도 신경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키움 선발 한현희는 로켓과 대조적으로 체인지업의 밋밋함이 아쉬움을 남겼다. 필자가 히어로즈에서 있을 때에도 한현희에게 강조한 게 체인지업이었다. 확실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만 있다면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 이날 실점한 것도 왼손타자들에게 맞았다. 사이드암이다 보니 왼손타자들 승부에서 확실한 무기가 필요하고, 체인지업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한현희는 15승을 충분히 할 수 있는 투수다. 커리어하이가 11승인데, 아직 젊으니까 더 연마하게는 필요해 보인다.
두산 마무리 투수 김강률의 피칭은 인상적이었다. 예전 피칭과 비교하면 변화가 많다. 이날 키움 상대로는 제구력이 안정되고, 팔 스로윙 부드러워졌다. 볼의 각도 좋고, 커브도 예리했다. 무엇보다 릴리스포인트 일정해졌다는 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팔이 머리에서 붙어가면서 스로윙이 안정적으로 나왔다. 제구력이 좋아진 원인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마무리 투수로 기대가 되는 피칭이었다.
키움 7번째 투수로 나온 양현은 심판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았다. 자기 화를 못누르고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위기까지 몰리는 상황이 나왔다. 이는 선수 자신도 손해지만, 팀에게도 피해가 될 수 있다. 연장전 긴박한 상황에서 더욱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투수가 민감한 반응 보이면 심판도 기분 나쁘다. 판정은 신뢰 문제이기
어쨌든 연장까지 가면서 어려운 상황도 많았는데, 양팀 모두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승패가 갈리긴 했지만, 최선을 다한 양팀 투수들,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