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잠실) 정철우 전문기자
류지현 LG 감독은 대부분의 팀 내 중요한 결정을 혼자 내리지 않는다. 해당 분야 담당 코치, 트레이닝팀, 전력분석팀 등 다양한 의견을 구한 뒤 결정을 내린다.
초보 감독으로서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모르는 것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머리를 빌리고 있음도 감추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많은 의견을 듣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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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지현 LG 감독은 중요 사안을 혼자가 아닌 집단 지성으로 해결하며 초보 감독의 한계를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류지현 감독은 22일 투수 함덕주를 2군으로 내려보내는 결단을 내린다. LG가 '윈 나우'를 위해 그간 트레이드를 꺼려했던 두산과 선수를 교환하면서까지 얻어 온 전력이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류지현 감독을 포함한 LG의 스태프는 함덕주의 2군행을 '함께' 결정했다.
투수 파트에선 일단 시간을 두고 재정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2군행이 결정된 결정적 계기다.
그 다음은 보직이다. 류 감독은 함덕주를 2군으로 내리며 올 시즌엔 선발이 아닌 중간 계투로 쓰기로 했다. 당초 선발 자원으로 분류해 기회를 줬던 선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트레이닝 파트의 조언을 듣고 난 뒤 내려진 결정이었다. LG 트레이닝 파트는 류 감독에게 "함덕주가 올 시즌엔 선발로 던질 수 있는 몸 상태가 준비되지 않았다. 계속 선발을 고집하면 오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류 감독은 "트레이닝 파트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함덕주의 몸 상태가 준비가 덜 돼 있다고 했다. 2군에서 돌아 온 뒤에도 중간 게투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덕주가 비운 선발 자리를 롱 릴리프로 제 몫을 다해내고 있는 김윤식으로 메우려는 계획도 철회 했다. 이 역시 트레이닝팀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다.
류 감독은 "김윤식은 80구에서 100구 정도로 계속 던지다 보면 전반기 이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때문에 함덕주의 빈 자리는 2군에서 선발 수업을 하던 선수들 중에서 선정하기로 했다. 김윤식은 지금처럼 선발이 조기 강판됐을 때 롱 릴리프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순을 손대는 것도 다음 기회로 미뤘다. 마음처럼 타선이 터지지 않아 아쉬움을 갖고 있었지만 이병규 타격 코치의 의견을 존중했다.
류 감독은 "타선에 손을 댈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이병규 코치가 "이제 14경기 했을 뿐인데요..."라고 조언을 했다. 그 생각이 옳다고 생각했다. 전임 감독께서 우리 야수들을 강한 1군급 선수들로 잘 키워 주셨다. 새 감독이 왔다고 그 틀을 갑자기 흔드는 건 믿음을 주지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일은 좀 더 시간을 갖고 기다려주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류 감독은 팀 내 중요한 결정을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 내리고 있다. 아직까지는 꽤 효율적인 방식으로 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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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집단 지성이 이끄는 전략 결정이 시즌 최종일에 미소로 결론 지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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