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국내여행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맛집과 숙박정보, 가볼 만한 곳에 대한 정보는 온라인에 넘쳐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여행지 정보가 아니라 여행을 위한 관점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를 전달해주는 여행책으로 독립출판사인 마블로켓(MARBLEROCKET)이 비정기적으로 발행하는 '마블로켓매거진'을 꼽을 수 있다.
마블로켓매거진은 시코쿠 삿포로 사가 나가사키 요코하마까지 일본 지역을 다룬 5권의 시리즈와 미국 시애틀에 이어 최근 7호인 순천 편을 펴냈다. 하나의 도시가 가진 다양한 자산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보여주려는 '관점'은 마블로켓매거진이 여행관련 책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순천 편에서도 도시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걷어내려고 했다.
순천하면 순천만 갈대와 갯벌, 꼬막으로 자동 연상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순천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제안한다. 법정스님을 '큰 브랜드'로 접근한 불일암 이야기, 송광사를 오래된 사찰이 아니라 전통문화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뮤지움으로 접근한 이야기도 특색 있다. 많은 곳을 다루기보다는 마블로켓매거진의 관점으로 선별한 몇 곳에 집중한다.
순천이라는 지역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브루웍스'카페와 '순천양조장' '바구니 호스텔' '골목책방 서성이다'가 그렇게 선정된 로컬 공간들이다. 관광명소인 '순천 국가정원'도 보던 대로의 관점을 버리면 다르게 볼 수 있음을 제안하고, 더 알려졌으면 하는 '뿌리깊은나무박물관'도 밑줄 긋듯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다.
마블로켓매거진은 단편적인 이미지로 인식하거나 혹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도시를 테마로 잡아 그 도시를 입체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풀어주려는 기획의도로 만들어진다. 우리에게 어느 나라보다 편견이 강한 일본 도시들로 시작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예를 들어 '나가사키 하면 짬뽕뿐일까?'라는 의문에서 나가사키를 탐사했고, 300년 이상 전통을 고수하는 카스텔라의 단맛과 우리의 아픈 역사가 함께 녹아있어서 나가사키는 단맛과 쓴맛이 공존하는 도시라는 스토리를 4호 나가사키 편에서 풀어냈다.
일본을 벗어나 첫 도시로 시애틀을 탐사한 것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다. '잠 못 이루는 밤'의 낭만적인 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 시애틀을 '글로벌과 로컬이 공존하는 도시'로 프레임을 잡았다. 6호 시애틀 편에서는 스타벅스와 아마존 등의 글로벌 공룡들 속에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는 로컬 서점들과 로컬 카페들을 함께 다뤘다.
25년차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출신의 편집장이 만든다는 것도 마블로켓매거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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