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최고 구속은 144km까지 나오죠.”
롯데 자이언츠 좌투좌타 외야수 추재현(22)은 프로 데뷔 4년 차에 마운드에 올랐다. 일명 투수 아르바이트를 뛴 것이다.
지난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는 야수의 투수 등판으로 화제를 모았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초로 투수 외 포지션인 선수 3명이 연달아 마운드에 나타났다. 경기가 초반 대량 실점을 하며 승부는 기울었다. 굳이 투수를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 지난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투수로 등판한 롯데 자이언츠 추재현.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그렇게 추재현은 투수로 데뷔했다. 뒤이어 내야수 배성근(26) 오윤석(29)이 등판했다. 야수 3총사는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19일 MK스포츠와 전화가 닿은 추재현은 “경기 중반 불펜으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고 몸을 풀었다”며 “사실 프로에서도 투수를 하고 싶은 마음도 살짝 있었던 터라 그렇게 떨리진 않았다. 그래도 기왕 던지는 거니, 실점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던졌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추재현이 마운드에 오른 상황은 위기였다. 0-12로 크게 뒤진 7회 1사 1, 2루에서였다. 추재현은 상대한 삼성 타자 강한울을 7구 만에 유격수 땅볼로 유도 6-4-3 병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8회에는 이원석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김헌곤과 김호재에 연속 볼넷을 내줬다. 이후 배성근과 교체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신일고 시절까지 투타겸업을 했던 추재현이다. 꽤 괜찮은 왼손 투수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추재현은 “잘 못던졌다. 프로에 입단하면서 투수에 대한 미련은 버린 지 오래됐다. 고등학교 3학년 이후 4년 만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편하게 던지려고 했다”고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어 “감독님과 코치님도 편하게 던지라고 하셨다. 그래도 프로선수라면 어떤 포지션에서라도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 막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강한울을 병살로 유도한 구종이 궁금했다. 추재현은 “130km대 직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때는 144km까지 나왔다. 지금도 가능한데, 제구가 안된다. 또 외야 송구하듯 던져도 제구가 안된다. 그래서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날 슬라이더를 하나 던지긴 했는데 볼이 되더라 그래서 다 직구만 던졌다”고 덧붙였다.
↑ 롯데 자이언츠 추재현은 이제 타석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